@21.JPG

이상영/환경마크협회 사무국장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새해가 시작되면 늘상 품어보는 변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도 솔직히 예전같지가 않다. 작년 한해 동안에도 그린벨

트 완화, 팔당호 수질 오염, 동강댐 건설, 환경호르몬 등 각종 환경

문제가 많이 발생하여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하였다.우리나라는 현

재 경제문제를 최우선의 과제로 꼽고 있지만 일찌기 환경의 중요성

을 깨달은 세계 여러나라에서는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복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적으로 건전한

개발정책을 세우고 기업은 환경상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녹색소비생활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환경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예를 들어보자면, 독일은 정

부와 기업, 국민의 삼박자가 잘 조화되어 있다. 독일은 무엇보다도

오염의 사전예방과 오염자 부담 및 협력을 원칙으로 제도와 규정을

철저하고도 엄격하게 지킨다.

지금까지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온 폐기물을 독일은 우선순위를 발

생억제'재사용'재활용으로 정하고, 이를 위해 생산자와 유통업자가

직접 폐기물 처리를 책임지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불가피

하게 발생한 폐기물을 회수하지 못하면 생산과 판매를 하지 못하도

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바스프라는 공장은 안전관리를 위해 파이프라인

을 모두 실명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도로에 부동액이 담긴 주머니를

매달아 유해물질 운송차량이 사고가 났을 때 그 물질이 수로를 통해

흘러 공장 내부의 맨홀 뚜껑 역할을 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독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 환경친화적인 삶이 경제적임을 확

실히 알 수 있다. 우선 독일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장

바구니다. 노인이나 젊은이나 남녀할 것 없이 장바구니를 자연스럽

게 사용하고 있어 장바구니가 옷차림의 일부로 여겨질 정도로 시민

들 사이에 정착이 되었다. 독일은 장바구니 사용을 위해 슈퍼마켓에

서 비닐봉지를 무료로 쓰도록 하지 않고 값을 매겨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비닐봉지보다 장바구니가 당장은 값이 열 배나 차이가 나지만

오래 쓸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장바구니가 경제적이며 더 나아가서

비닐 쓰레기를 줄일 수 있으니 환경을 살리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장보기수레를 사용하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독일인의

생활스타일이다.

독일은 환경상품에 인증을 해주는 환경표지제도를 최초로 실시한

나라다. 독일의 환경표지이름은 ‘푸른 천사(Blue Angel)’로 독일

국민중에 푸른 천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이 표지를 달

고 있는 물건은 화장지를 비롯하여 합성세제, 복사기, 심지어는 한번

만 구입하면 버스, 전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반영구적인 전철표

등 모두 4천 종류가 있다. 환경오염을 덜 일으키는 세탁소도 있다.

96년에 독일에 갔을 때 DIY(Do it yourself)용품 매장을 둘러보니

푸른 천사 마크가 붙은 페인트며 화장지, 쓰레기통이 진열대에 빼곡

이 들어차 있어 몹시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또 학용품을 살 때 푸

른 천사마크를 꼭 확인한다는 어린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그

들은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생활화돼 있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환경을 파괴하고서라도 수출을 위해서 힘

쓸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현세대는 물론 미

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지금이야말로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기 위한 환경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

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