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남에 따라 올 연말 대통령선거가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개선정국은 혼미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이번 대통령선거에선 21세기를 향한 한국의 성공적 입성을 좌

우할 국가의 지도자를 뽑는만큼, 정치불신감이 팽배한 가운데서도

국민들은 지대한 관심과 더불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연말 대선정국을 겨냥한 새로운 대선기회 특집 ‘우리

여성들은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를 연재한다. 이 특집엔 사회 각계

각층의 여성인사들이 필진으로 참여해 ‘여성의 눈’을 차근차근 현

실성 있는 요망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불안

하다. 체제붕괴 위험을 안고 있는 북한의 동향이 주목되고 있는 가

운데 최근의 기아사태와 외환위기에 따라 우리 경제 기초구조의 취

약성을 드러내면서 국제적 신용도가 떨어지고 나라 전체가 극심한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청소년폭력은 날로 심각해져가고 학교 교육

의 정상화를 위한 위성과외의 실시는 그 효용성에 대한 찬반론으로

이어져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중요한 것은 대권주자들이 이러한 현실 문제에 대한 정강정책 대결

보다 후보자의 이미지 형성에 총력을 다하는 고답적인 선거관행을

계속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상 최초로 집권당내 경선을 통

해 선출된 대통령후보가 하락하는 여론의 지지율 때문에 “후보교체

론”에 시달리고 있으며 진부한 색깔론 논쟁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선구도를 흐려 놓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은 향후 2천년대의 민족정기와

역사의 기본 틀을 새롭게 다지고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지

향적 비전을 충분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

후보들 가운데 국민을 감동시키고 고무시킬 만한 시대적 철학을 제

시하는 이는 없다. 단지 국민의 이름을 빌어 ‘정치하는 사람’들만

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한국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새로운 리더십을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바람직한 대통령상으로서 최소한 다음과 같은 요건

을 갖춘 사람이 나타나기를 원한다.

첫째, 세계화·정보화·개방화·통일시대로 대변되는 미래 사회속

에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승화시키고 지켜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정치적 철학과 실현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

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과제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새로운 대

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총체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청사진

을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만큼 우리는 지금 거시적인

안목과 시대를 뛰어넘는 철학적 비전을 가진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둘째, 강한 도덕성과 신념을 갖춘 사람이다. 기존의 정치의 관행이나

틀에 쉽게 동화되거나 무력해지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 확고한 도덕

성과 개혁성을 갖춰 우리사회의 중심과 기준을 지켜줄 수 있는 대통

령을 말한다.

셋째,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미래 21세기는 고

도의 전문화 시대로 우리사회의 모든 영역은 세계와 무한대 경쟁을

치루어나가야 한다. 따라서 이제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전문영역과

국민이 내장하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집결, 동원시킬수 있어야만 한

다.

어떠한 국가적 과제가 발생했을 경우 다양한 의견속에 최선의 방안

을 도출시킬 수 있어야 하며,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국민의

자발적인 총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소유해야 한다. 그 힘은 바

로 설득력이요 조화의 힘이다. 즉 독자적인 정책노선을 고집하는 것

이 아니라 모두 함께 참여하는 합리적 조정자로서의 리더십을 갖춘

대통령을 의미한다.

넷째, 새로운 차원의 외교력을 갖추어야 한다. 세계주의와 지역주의

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민족통일과 지속적인 경제개발을

통한 복지사회구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구나 WTO체제 이후

신자유무역질서의 등장은 일반 기업활동이나 사회영역에 대한 정부

의 간섭을 극도로 제약하고 있으며 우리는 OECD에 가입함으로써

국제사회속에서 더이상 최혜국의 해택을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일선외교는 물론 국제정세의 흐름을 한국에 유리하도록 만들

어 그 상승기류를 통해 직접적인 외교와 더불어 간접적인 외교효과

를 도출시킬 수 있는 능숙한 외교수완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12월 대선이 중요한 만큼 차기 대통령에 대한 요구조건과 기대의 목

소리도 크고 또한 비판의 소리와 주장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하

지만 어느 시대와 사회를 막론하더라도 좋은 지도자는 진정 국민의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 복지증진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사람일 것

이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통령은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겸손한 자세로 개인의 명예와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고 국가와 민족

을 위해 비전과 사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일 것이다.

이경숙/숙명여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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