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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내의 어머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여성작가의 장편소설

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전혜성(37)씨의 〈마요네즈〉와 윤명혜(49)씨

의 〈가족〉이 그것. 〈마요네즈〉는 제2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

상작이기도 하다. 남편과 두아이를 가진 36세 주부이자 남의 전기

대필을 부업으로 하는 ‘나’의 집에 당뇨병을 앓는 ‘엄마’가 찾

아오면서 ‘나’의 고민은 시작된다. 엄마로 인한 성장기의 고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의 기억 속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폭행

당하는 불쌍한 어머니이자 전통적 어머니상과는 다른 지극히 이기적

인 어머니이다. 그런 나에게 ‘마요네즈’는 불행의 상징이다. 죽어

가는 남편의 병상에서도 자신을 가꾸기 위해 머리에 잔뜩 마요네즈

를 발랐던 기억 때문이다. 그런 어머니가 이제 병자가 되어 ‘나’

의 목욕탕에 쓰러진다. 여전히 머리에 시큼한 마요네즈 냄새를 풍기

며.

회복되지 않을 듯 보였던 이들 모녀 관계는 엄마가 털어놓는 외할

머니 이야기로 반전된다. 애를 낳아주러 늙은이에게 시집 갔다가 딸

과 함께 객지로 떠돈 비극적 삶은 외할머니가 도망갈까봐 학교에도

가지 못했던 엄마에게 고스란히 이어져왔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

다. “작품을 쓰는 중에 ‘모성애’란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그것이

혹시 여성의 맹목적인 희생과 굴종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안식처나 사랑의 보금자리로 여

기는 ‘가족’도 실제로는 이기적 개인들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공간이라고 봅니다. 소설에서의 ‘엄마’의 모습을 새롭고 충격적

인 어머니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런 엄마의 모습이야 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일반적이라 믿습니다. 이를 통해 모성 신화를 까발

리고 싶었습니다.”〈마요네즈〉에서 애증이라고 볼 수 밖에 없던

모녀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면서 변화한다. 그것은 모

녀가 모성애의 환상에서 벗어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한 그 환상

깨기는 여성이기에 앞서 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임을 알고 서로의 상

처를 헤아리려 노력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쌓여지는 것이다.

소설 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가 아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파격적 어머니상을 제

시함으로써 가족이라는 밀실의 신화를 깨뜨리고, 포괄적 의미에서의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해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한편 윤명혜씨의 〈가족〉은 중년 여성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교

사 출신의 중산층 주부인 나와 달동네를 전전하며 억척스레 살아온

노마엄마. 이 두 여자의 만남이 소설의 중심 축을 이룬다. 외형적으

로 보자면 사뭇 다른 이 두사람 사이에는 중년 여성만이 가질 수 있

는, 또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만이 가질 수 있는 은근한 공감대와 우

정이 형성된다. 특히 노마엄마가 나에게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가

또하나의 소설을 이룬다. 남편 잘못만나 모진 가난으로 고생해야 했

던 노마엄마의 삶은 자식들이 장성하고 결혼도 하고 취직도 해서 어

느 정도 보상을 받은 듯이 보이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은 휑하기만

하다. 그는 그런 허전함을 나와의 이런 저런 이야기로 풀어간다.

‘나’ 역시 갱년기에 들며 권태롭기 짝이 없는 일상을 노마엄마와

의 만남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한다. 소설 은 이들 주인공

이 여성이라는 동질감으로 표현, 여성 삶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서로를 위무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가족을 떠나 생각해 보

는 어머니의 삶. 작가는 여성의 연대감에 기반한 여성들의 ‘수다’

로 어머니들 삶의 질곡과 공허함을 달래고 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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