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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적자로선 처음으로 9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 입상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시작한 피아니스트

백혜선 서울대 음대 교수(33). 백 교수는 9월 KBS교향악단 5백회

기념연주회 연주자로 선정돼 청중을 열광시킨 것을 비롯, 11월 미국

워싱톤과 보스톤 등지에서의 순회연주, 99년 초 EMI와의 음반출시

가 예정돼 있는 등 차세대 대표적 피아니스트 주자로서 역량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백 교수가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연주활동과 후학양성을 무리없이

잘 조화시켜나가고 있다는 점. 그는 예원학교 재학중 도미해 보스톤

에서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아티스트 디플롬과정을 마친 후 여러

국제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 연주자로서 우선 부각됐다. 그래서

그의 두 지점에서의 ‘균형잡기’가 한층 돋보인다. 그는 자신이 왕

성하게 순회 연주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95년부터 재직하

기 시작한 서울대 측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 교수가 되어서도 연주기량이 결코 ‘녹슬

지 않는’ 연주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한다는

것.

최근 그는 ‘피아노 위의 철학자’로 불리는 스승 러셀 셔먼 교수

의 내한연주회를 도와주느라 눈 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기도 했

다. 러셀 교수와 그의 한국인 부인이야말로 백 교수에게 예술은 이

렇게 접근해야 한다는 등불을 밝혀준 이들이다.

“셔먼 교수의 지도법으로 저의 예술교육관은 완전히 바뀌었죠. 피

아노뿐만 아니라 문학, 연극 등 모든 예술분야를 다 섭렵해야 연주

자로서 수명이 길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셔먼 교수 지도로 4년 내

내 독서감상문과 시 등을 쓴 분량이 상당했죠. 주전자를 보고 40개

가 넘는 표현방법을 적어오라고까지 하신 분이니까요. 연주자도 나

름대로 정신세계를 다듬는 훈련이 정말 필요합니다.”

교수직에 너무 이른 나이에 묶여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종

종 든다는 백 교수는 연주기량을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연주

를 탐낸다. 내년 5월 실험적 방식으로 진행될 국내연주를 비롯해 일

본 음악가들과 ‘7인의 음악회’로 치뤄낼 브람스 페스티발 등 그의

수첩은 언제나 빽빽이 차있다. 곡 욕심도 많아 베토벤의 32개 소나

타와 백병동 서울대 교수 등 현존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도 하루 빨

리 다 연주해보고 싶어한다.

'박이 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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