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무처에 ‘성희롱 재발방지 대책수립’ 권고
성희롱 공식 접수 한 건도 없어…유명무실 우려

“공식적으로 단 한 건의 성희롱 사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 총무과에 설치된 성희롱 고충전담기구 상담원의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국회 내엔 성추행과 성차별, 성폭력과 관련된 소문들이 빈번하게 떠돈다. 국회라는 공간 자체가 다른 조직보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이어서 은폐되는 ‘비공개’ 사건이 더 많고, 예방과 대처에 관한 제도와 규정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가 국회 사무총장에게 성희롱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한 결정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07년 1월 모 의원실 여직원은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 및 성차별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 여직원은 “진정을 내기 전 당 내에서 사건을 공론화해 국회의 권위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다”는 답을 들었고, 가해자 면직처리 과정에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인권위에 사건을 진정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5월 19일 “성희롱 심의위원회가 구성조차 돼 있지 않는 등 국회 사무처의 성희롱 예방 및 처리지침의 관련 규정과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이는 바, 성희롱 예방에 필요한 조치 및 성희롱 사건 발생 시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규정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상세히 안내하도록 관련 규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사무총장에게 대책수립 시행을 권고했다.

이번 결정은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정한 국가기관의 성희롱 예방교육만으로는 충분히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음을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와 같은 권고를 받은 국회 사무처가 개선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국회 사무처는 일단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사무처 관계자는 “여러 성희롱 관련 사례집이나 관련 규정들을 살펴보고 정비하거나 보충할 사안이 있으면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인권위가 문제로 지적한 ‘성희롱 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사무처 성희롱 예방 및 처리지침 제11조에 따르면 ‘성희롱 관련 사안의 처리와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사무총장 소속하에 성희롱 심의위원회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무처 관계자는 “징계위원회나 승진심사위원회 등 인사 관련 위원회를 해당 사안이 있을 때 처리하기 위해 구성하는 것처럼 성희롱 심의위원회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성희롱 사건이 접수된 경우가 한 건도 없어 성희롱 심의위를 구성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상시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명시적 근거나 상위 법률, 법령 규정이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간 크고 작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음에도 공식적으로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위원회 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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