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카리스마의 여성 리더십
따뜻한 카리스마의 여성 리더십
  • 남영숙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 승인 2008.04.25 17:44
  • 수정 2008-04-25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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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한국도 변화와 혁신의 여성 대통령 부푼 꿈
아프리카 첫 여성대통령 실화영화 ‘라이베리아…’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면? 여성이 대통령 후보 레이스에 나선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한 질문이다.

지난 4월18일 막을 내린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영화 ‘라이베리아의 철의 여인’은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라이베리아의 엘렌 존슨 설리프가 2006년에 대통령에 취임한 후 1년간을 밀착 취재해 만든 다큐멘터리다.

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한 라이베리아는 독재정권 하에서 오랜 내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인프라는 모두 파괴되었고, 경제는 파탄에 이르러 1인당 국민소득이 130달러인 최빈국이자, 부정부패와 무질서와 폭력이 난무하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독재자가 해외로 망명하고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대통령 선거전에서 가장 유망한 후보자였던 축구선수 출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엘렌 존슨 설리프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전직 재무장관 출신이다. 설리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재무장관, 상무장관, 경찰청장 등 주요 요직에 여성들을 기용했지만, 이들이 바꿔야 하는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법질서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고, 정부의 예산은 바닥이 나서 경찰청장은 총도 차량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 경찰을 지휘해야 했다. 쫓겨난 전직 대통령의 사위는 하원의장이 되어 사사건건 반대하며 발목을 잡았다. 뭔가 빨리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반대파의 분열 조장으로 언제라도 다시 내전에 휩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설리프 대통령은 ‘철의 여인’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리더십은 차갑기만 한 ‘철의 여인’이 아니라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어머니와도 같은 ‘철의 여인’의 리더십이다. 한편으로는 부정부패와 무질서에 대한 무관용(zero tolerance)을 선언하여 타협 없이 밀어붙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라도 국민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취임 후 11개월째 새 정부에 가장 큰 위협이 닥친다. 퇴역군인들이 체납임금과 연금 지급을 요구하며 격렬한 가두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때 설리프 대통령은 위험을 감수하고 시위현장에 직접 가서 시위대를 설득해 대표들을 시청 건물 안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퇴역군인들의 격렬한 주장을 대통령은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들어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들에게 선물을 살 수도 없는 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정부가 이들을 제쳐두고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각종 범죄와 살인까지 저지른 것으로 비난받고 있는 퇴역군인만 챙겨줄 수는 없다며 추상같은 논리로 이들을 설득한다. 즉 문제 해결에 노력을 하겠지만 상대방도 요구 수준을 대폭 낮추라는 것이다. 팽팽한 긴장의 순간 끝에 퇴역군인측은 한발 물러나게 되고 더 이상의 시위는 없을 것을 약속한다.

이처럼 라이베리아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법질서는 차츰 회복되고, 국제기구들을 설득해 원조를 늘리고, 외교적 노력 끝에 미국에 진 부채 전액을 탕감 받음으로써 경제의 숨통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여기서 끝이 난다. 강인한 ‘철의 여인’들이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가는 라이베리아는 다시 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기 위한 힘겨운 대선후보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여성대통령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TV 드라마가 방영될 것이라고 한다. 실력으로 올라선 대통령으로 그려지는 모양이다. ‘철의 여인’들이 여성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미국이든 한국이든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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