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절반 떼어내 자선재단 설립… 빌 게이츠 “멜린다 덕에 기부 눈떠”
제3세계 빈민구호와 질병퇴치에 앞장… 저개발국 어린이 70만 명 살려

 

멜린다 게이츠(Melinda Gates·43)는 1964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지역의 엄격한 가톨릭계 집안에서 태어났다. 가톨릭계 여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미국 명문대 듀크대학에서 컴퓨터과학·경제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87년 MS사에 입사해 멀티미디어 제품개발부에서 일했다.

멜린다는 당시 MS사 사장이던 빌 게이츠와 입사 2년차 때부터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주로 이메일이나 주말 데이트를 즐겼다. 멜린다는 빈 지갑을 들고 다니는 세상물정 모르는 ‘갑부’ 대신 커피값을 내곤 했다. 결혼 전 빌 게이츠는 이성관계를 묻는 질문에 “나에겐 매력적이고 똑똑한 짝이 있다. 그녀를 보내주신 신께 감사드린다”고 답해 멜린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돈 제대로 쓰는 방법’을 나눈다

5년간의 연애 끝에 94년 1월1일 하와이 라나이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빌은 파파라치를 따돌리기 위해 라나이섬의 모든 호텔방과 헬리콥터를 빌리기도 했다.

96년 첫 아이를 출산했다. 멜린다는 부장직을 끝으로 MS사를 퇴사했다. 남편을 상사로 모시는 것이 불편하고, 육아에 전념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전업주부가 된 멜린다는 세 자녀 양육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셋째아이가 한살을 넘긴 2000년, 멜린다는 본격적인 자선사업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남편을 설득해 제3세계 빈민구호와 질병퇴치를 위한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사실 멜린다를 만나기 전까지 빌 게이츠는 자선에 관심이 거의 없었다. 빌의 아버지가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해 있는 아들에게 “지금이 바로 자선활동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독려했지만 빌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멜린다는 빌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독점시비에 휘말리고 일부에게 기업사냥꾼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던 빌 게이츠를 세계 최고의 자선사업가로 변신시켰다. 빌 게이츠는 2005년 한 연설에서 “멜린다 때문에 자선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내년부터 MS사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고 재단에만 주력할 것이며, 죽기 전에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부부가 함께 빈곤현장 ‘공부여행’ 

멜린다가 자선사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93년 아프리카 여행에서 비롯됐다. 그는 “아무리 눈을 씻고 둘러봐도 신발을 신은 여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프리카는 나를 영원히 변화시켰다”고 회고했다.

결혼 후 98년 멜린다는 우연히 뉴욕 타임스에 실린 기사를 읽었다. 질병에 걸리는 사람들의 90%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고, 이들 나라가 보유한 보건자원은 전세계 보유량의 10%뿐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빈곤국의 보건문제를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현재 미국 시애틀에 본부를 둔 게이츠 재단은 저개발국 어린이와 여성들에 대한 접종지원, 백신 및 피임도구 보급을 통해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2002년 기준 연간 300만명에서 10만명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동남아시아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멜린다는 질병과 빈곤문제에 관한 연구를 통해 에이즈나 말라리아를 비롯한 세계 20여가지 질병에 대해 의학전문가에 버금가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멜린다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어떻게 도울지 결정한다. 부부는 자주 이같은 ‘공부여행’을 떠난다. 멜린다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마을을 직접 방문해 그곳에 사는 엄마와 아기들과 함께 지내면 우리 재단이 어떤 문제를 위해 일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게이츠 부부가 99년부터 2003년까지 자신의 재단에 기부한 돈은 240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한다. 2003년 현재 빌 게이츠의 재산이 460억달러로 추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전재산의 절반을 기부한 셈이다. 2005년에는 한해 동안 60억달러를 기부해 기네스 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1년 예산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세계 부자들 기부 동참 이끌어

지난해에는 전세계에서 두번째 부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76)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이 자기 재산의 절반에 달하는 370억달러(약 37조원)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버핏 회장은 자신에게 기부금을 계속 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게이츠 회장 부부가 재단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재단 사업에 관한 멜린다의 능력과 영향력을 인정한 셈이다.

멜린다는 지난해 세계 10대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선정한 ‘2006년 주목할 만한 재계여성 50인’ 1위에 꼽혔다. 

요즘 게이츠 부부는 말라리아 퇴치운동에 열심이다. 지난 10월16일에는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 말라리아 연구 포럼에 나란히 참여해 “말라리아는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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