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주원씨로 본 ‘여성의 몸과 표현의 자유’

최근 한장의 누드사진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30)씨가 패션전문지 ‘보그 코리아’ 10월호에 게재한 사진이 그것이다.

국내 발레리나가 대중잡지에 자신의 누드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주원 씨는 지난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여성무용수상을 받은 국내 최정상의 발레리나로 파장이 더욱 컸다.

이와 관련, 국립발레단은 지난달 25일 인사위원회를 소집하고 허락을 받지 않고 외부활동에 참여했다는(복무규정 20조1항 계약위반) 이유로 김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최정상 발레리나가 외설스럽게 대중잡지에 알몸사진을 공개한 것을 교묘히 벌하기 위한 징계성 심사”가 아니냐며 한국 무용계의 보수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사진을 보면 외설스럽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차라리 아름답다. 검은 옷을 입고 의자에 앉은 이씨가 타이즈에 토슈즈만 신은 김씨를 가볍게 안고 있다. 두 사람의 동작은 극도로 절제됐으나 발레로 다져진 몸의 섬세한 근육이 드러나 아름답다. 김주원씨는 지난달 2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드사진을 찍게 된 계기로 “무용수는 자신의 몸을 통해 아름다움을 전달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스스로 알기는 쉽지 않다”며 “내 신체를 여과없이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왜 하필 상업잡지에 누드사진을 실었는지 반문한다. 사진 속에 함께 등장한 연인 이씨는 검정색 의상을 갖추어 입은 채 춤을 추지 않는다. 그저 김씨를 바라볼 뿐이다. 그 앞에서 김씨는 가슴을 드러낸 채 안겨 춤동작을 연상시키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는 여성을 상품화하기 쉬운 상업잡지의 특성에 남성 중심의 관음증적 시각이 더해져 기묘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일부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사단법인 문화미래 이프의 엄을순 대표(프리랜서 사진작가)는 “누드를 찍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여성성을 상품화하기 쉬운 상업잡지에 실은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며 “사진 속에 상체를 드러낸 김씨는 연인의 시선뿐 아니라 잡지를 사 볼 많은 남성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사진가협회 손영자 회장은 “어차피 예술이란 상업에서 꽃피우는 게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손 회장은 “예술과 상업성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에 예술작품도 결국은 상업화되게 마련인데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