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촉행위로 성관계는 성매매 아니다" 판결 파문

술집 매상을 올리기 위한 '판촉행위'로 여종업원이 손님과 성관계를 했다면 이를 성매매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과 관련, 여성단체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 클럽 형태의 주점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여종업원들에게 특정 손님을 지정해주면서 관리하도록 했고, 여종업원은 이 손님들에게 낮에 연락을 취해 따로 돈을 받지 않고 성관계를 가졌다.

이에 윤씨와 여종업원들을 소개한 브로커 홍모씨는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종업원들과 성관계를 한 손님들이 윤씨의 주점에 자주 들러 매상을 올려줬다고 하더라도 이를 성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지난 7일 "윤씨의 주점은 이른바 '2차'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전문적인 성매매업소가 아니며, 손님들이 성관계의 대가로 여종업원이나 주점측에 금품이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지급했거나 지급하기로 약속한 사실이 없다"며 "여종업원들로서는 손님과의 성관계를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었고 여종업원으로서의 정상적인 역할만 하는 것도 가능했던 상황이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구 판사는 이어 "특별 관리를 받던 손님이 주점에 들러 매상을 올려주는 것이 성관계에 대한 대가인지 의문이 드는 상황에서 형벌 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유추 해석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과 관련, 국내에서 유사한 방식의 성매매 영업이 확산될 우려와 함께 '법원이 성매매의 법적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신종 성매매 행위에 면죄부를 줬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조영숙 소장은 "이번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손님을 관리하기 위해 마약·총기를 접대한 경우까지 무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냐"며 "주점 주인의 압력 없이 여종업원 자유의지로 성관계를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손님 관리를 거부한 여종업원 등에 대한 불이익을 감안하면 여종업원의 자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대표 또한 "이런 방법은 업주가 성매매처벌법을 교묘히 피해나가기 위한 영업방식에 불과하며, 이에 대해 법관이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판결을 내린 것은 업주들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성매매 관련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위험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을 앞세워 남성들을 관리하고 이것이 영업이익으로 이어진 것을 보더라도 이는 업주가 자기 업소의 고객들에게 여성들을 상납하고 그 대가로 영업이익을 챙긴 것에 가깝다"면서 "상납의 조건은 업소 영업을 유지시켜나가는 주요 수단이 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대가'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유흥업소 내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성매매 알선 구조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내려진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정 대표는 또 재판부가 직업을 소개한 브로커 홍씨에 대해 노동부에 등록하지 않고 직업소개를 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 직업안정법 위반을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법적 정의를 무시한 판결이며 알선범죄자를 옹호하면서 양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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