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해석은 사회와 문화 반영해야"
이경숙 원장은 성서를 여성의 시각에서 해석하며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해온 여성신학의 대표주자다. 그런 그가 '성서에서 만난 그녀'라는 주제로 공개강좌를 연다.
일정 및 장소는 이달 한달간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이화여대 내 대학교회 소예배실. 이번 강좌는 '남성이 그린 여성', '예수의 참 제자였던 여성들', '지혜로 평화를 이룬 여성들', '억압된 다양성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일반인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공개강좌다.
열린 신학을 전파하려 애쓰는 이경숙 원장을 지난 9일 이화여대 신학대학원장실에서 만났다. 그로부터 이번 강좌의 목적과 우리나라 여성신학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지금까지 성서를 쓴 것도, 해석한 것도 남자였기 때문에 남성중심적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미리엄의 예를 들면 '미리엄이 모세에게 불평해서 문둥병에 걸렸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미리엄 파를 몰아내려던 모세 계열에서 썼기 때문입니다. 그 전까지 모세와 미리엄은 동등한 지도자였죠."
구약신학을 전공한 이 원장은 성서의 올바른 해석을 통해 한국 교회 내에서 왜곡된 여성상을 바로잡고자 한다. 그는 "성서 속에서 여성은 순종하는 여성, 아니면 악녀라는 이분법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이를 통해 알게 모르게 강한 여성이나 여성지도자는 악녀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서의 적용도 남성들에게는 관대하면서 여성들에게만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이중잣대를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목사 안수가 시작된 것이 1989년부터지만 목사 안수를 받아도 제대로 목사를 하고 있는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그는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신학의 태동이 시작된 것은 80년대 초. 이 원장이 독일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시기(1981년)는 한국여성신학자협회가 결성된 해다. 목원대 교수로 부임했던 당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공부를 훨씬 잘하면서도 목회자가 되기보다 사모나 전도사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에 의아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로부터 26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여성신학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졌지만 일반 교회의 모습에는 아직 변화가 없단다.
"한 여학생이 '기독교 학교인 이화여대에서 동성애 페스티벌을 어떻게 허용할 수 있느냐'고 따지더군요. 그래서 '동성애자를 한번이라도 만나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성서는 문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변화에 맞추는 해석이 필요합니다. 양성평등 시각이 들어가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는 우리 교회가 가부장적 모습을 갖게 된 것에는 여성신도들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했다.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던 여성들이 교회 커뮤니티 속에서 목사에게 인정받는 것을 나름의 사회적 인정으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이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높아지고 있지만교회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교회 속의 여성들부터 변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이뤄지는 남녀평등을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젊은 세대는 모두 교회에 등을 돌리지 않을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그가 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화여대 영문과 재학 시절, 허혁 교수를 만나 성경의 역사비평에 눈을 뜨면서부터다. 이후 이화여대 대학원 기독교학과와 독일에서 구약신학을 공부하고 81년 귀국, 목원대 교수를 거쳐 89년부터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신학대학원장이 된 것은 지난해 가을학기부터다.
처음 여성신학을 얘기했을 때는 일반 교회에서 이단이나 성서폐지론자로 오인받기도 했다는 이 원장. 그러나 그는 지난 8일 강좌에 참여한 남성 청중과 젊은이들을 보며 "어렵지만 희망이 보이더라"고 한국 교회의 미래를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