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변화 중심엔 여성 리더십"

 

미국의 세계적인 다국적 회계법인 '언스트 앤드 영(Ernst & Young)'의 베스 브룩 부회장이 '2007 세계여성포럼' 연사로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들기도 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언스트 앤드 영'은 전세계 140여개국에 지사를 둔 한해 매출 200억달러의 대규모 회계법인이다. 종사자 수도 12만명에 이른다. 현재 그는 각 지사들의 전략적 방향을 세우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3일 개막총회에서 그는 '21세기 리더십'을 주제로 특별연설을 했다. 베스 브룩 부회장은 "21세기의 리더십은 20세기와는 매우 다를 것"이라면서 "여성의 특성으로 불리는 포용과 현명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바로 기업의 변화다. 그는 과거에 비해 국경이 허물어지면서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기업들도 다국적 기업의 형태를 띠게 되고,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리더들도 변화에 직면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변화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여성 리더십'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즉, 성공적인 리더는 조직 내 다양한 격차를 연결해 서로 협업할 수 있도록 수평적·포용적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연설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스 브룩과 나눈 일문일답.

포브스지 선정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들었다. 자신의 어떤 장점이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나?

"어느 날 갑자기 마술처럼 높은 자리에 올라간 것이 아니다. 26년간 치열하게 노력해서 얻은 결과다. 나의 장점은 좋은 경청자라는 것, 채워지지 않는 호기심을 갖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항상 지금보다 나은 변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 느낌, 정보 등을 이해하고자 늘 귀를 열어두었고, 조직 내외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앞장서왔다. 또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자세를 가졌다. 간혹 여성 중에 리스크가 두려워 목적을 포기하려고 하는데, 좀더 자신감을 갖길 원한다."

언스트 앤드 영'에서는 자체적으로 여성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나?

"정식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시적으로 고위직과 항상 교류할 수 있다. 또 전문직 여성 네트워크라는 조직을 꾸려 여성들간에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나누도록 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여성이사들이 모여 '연례 여성리더십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예다. 두번째 프로그램에서는 10명의 남성 최고위직을 초청했다. 이들은 처음으로 '소수(자)'라는 경험을 했다면서 조직 내에서 여성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

멘토링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본인은 누구와 멘토 관계였나?

"한명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멘토가 참 많다. 나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직접적인 가이드가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잘 캐치해서 행동으로 옮겼던 게 도움이 됐다. 지금도 조직 내외부에 많다. 이외에도 클린턴 정부에 있었을 때 매들린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을 보면서 '전세계를 무대로 외교활동을 벌이는 분이 어떻게 저처럼 우아하면서도 강력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고 감명을 받곤 했다. 은퇴 후에도 여성의 권익을 위해 일하시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성으로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했나?

"사실상 일과 가정을 균형 있게 유지한다는 것은 까다로운 문제다. 또 기혼여성만 힘들고 싱글여성이 균형을 더 잘 유지할 거라는 생각도 잘못됐다. 결국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때때로 한쪽이 희생을 당하기도 하겠지만 성공을 위해선 균형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일과 가정을 애써 구별하려고 하지 않고, 최대한 많이 융합하려고 한다. 초기에는 어렵지만 하다보면 쉬워진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대학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한 경력이 이색적이다.

"키가 큰 편이다.(웃음) 운동신경도 꽤 좋다. 코트를 뛰면서 많은 교훈과 장점을 얻었다. 첫째 규율, 둘째 근면한 자세, 셋째 집중이다.

나는 무슨 일이든지 마음을 먹었다 하면 규율 있는 생활을 한다. 또 조직 내 팀워크를 중시한다. 모두 선수경험 덕분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바로 경쟁에서 지더라도 훌훌 털고 그 다음을 준비하고 도전하는 자세다. 넘어지고 패배하더라도 다음 경기에 나가야 하는 게 바로 스포츠 아닌가. 그런 정신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웃음)

베스 브룩은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 지역 출신으로 현재 회계법인 언스트 앤드 영(Ernst & Young)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공인회계사인 그는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미 국립세금자문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01년 자산규모 500억달러의 석유회사 엔론이 파산했을 당시 회계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변화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현재 그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관리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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