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탈당·창당·합당 과정서 '악화 '들이 앞장
결국 남성중심 구조탓… 여성이 변혁 주체로 나서야

16세기 영국의 재무관이었던 그레셤은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법칙을 제창했다. 그레셤의 법칙은 일종의 화폐유통에 관한 법칙이다.

한 사회 내에서 귀금속으로서의 가치가 서로 다른 화폐가 동일한 화폐가치로서 유통되는 경우, 귀금속 가치가 작은 화폐인 은화(악화)는 가치가 큰 화폐인 금화(양화)를 유통으로부터 배제시킨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레셤의 법칙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분야는 정치판이다.

범여권이 올 1월 말부터 6개월여 동안 탈당, 창당, 합당으로 이어지는 정치곡예를 부리면서 결국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세탁하는 과정에서도 정치 악화들이 앞장섰다. 특히, 지난 2월 새로운 정치를 외치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을 포함한 19명의 의원들은 6개월 동안 새 당적을 네번이나 옮기면서 돌고 돌아 결국 대통합신당과 열린우리당 합당에 참여했다.

이들은 여권의 지각변동과 대통합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했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한국 정당정치를 훼손시킨 '정당 파괴범'이자 정치 악화의 전형들이다. 이들은 탈당과 합당의 곡예 속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이전보다 13억원이나 더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한심한 것은 범여권이 대통합을 부르짖고 신당을 만든다고 하는데, 당의 정강·정책이나 당헌·당규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지분 챙기기부터 시작했다.

집을 지을 때 주춧돌과 기둥부터 그려야 하는데 거꾸로 지붕부터 그리는 꼴이다. 범여권만이 아니라 한나라당에도 정치 그레셤의 법칙이 정확하게 적용되고 있다. 1년여에 걸친 한나라당 경선 동안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진영은 그야말로 정치적 살기를 느끼게 할 정도로 피 터지게 싸우고 상대방을 저주하고 죽이기에 혈안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치 악화들이 종횡무진 경선판을 주도했다.

이들 한나라당 악화에게는 동지애도 없고, 애당심도 기대할 수 없다. 엄밀히 평가해보면 한나라당 경선후보들은 정치 악화들이 만들어놓은 저질의 네거티브 굿판에 놀아난 꼴이 되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정치에서는 악화들이 정치판을 주도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인들의 빈곤한 정치철학과 무절제한 탐욕 때문이다. 정치인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행동을 우선하는 '스테이트 맨'(stateman)과 오로지 개인의 이득만을 챙기는 '폴리티션'(politician)으로 구분된다. 불확실과 불예측성이 판을 치는 척박한 한국 정치풍토 속에서는 전자보다는 후자들이 생존하기에 적합하다.

우선, 정치판에 기본적인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며 판을 절대로 깨서는 안된다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 정치에서는 이러한 합의가 실종된 상태다.

또한, 정치게임이 반복된다는 점을 잊고 있다. 정치인들은 정치를 일회성 게임으로 보면서 짧게 호흡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경쟁에서 졌을 때 돌아오는 '정치적 손실'(political loss)에 대한 두려움을 너무 크게 느낀다. 정치인들의 의식 속에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정치 현실과 정치적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정치 악화들의 유혹에 쉽게 무너지는 것이다.

한국 정치판에서 악화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들의 각성,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 구축, 정치인들의 관용과 합의 정신 내재화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미래사회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대담한 변화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 악화 구축을 위한 변혁 에너지'를 농축시켜야 한다. 단언컨대, 이러한 '변혁 에너지'의 최중심에 여성이 자리 잡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는 평화적 정권이양, 문민정부 수립,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 소수·비주류 세력의 집권 등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루었지만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성 중심의 지배구조'를 혁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희망은 정권교체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특정 이념세력이 권력을 잡았다고 도래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변혁의 주체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남성들의 무능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여성의 잠재력과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창조적 파괴를 시작해야 한다. 그때만이 이 땅에서 추악하고 교활한 정치 악화를 영원히 몰아내고  한국 정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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