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부부재산' 법적 장치 있었다
합리적인 신세대 결혼관 반영해 활성화 될 듯

최근 합리적인 결혼관을 가진 젊은층이 늘면서 현행법상 부부간 재산관계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유일한 제도인 '부부재산약정'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부부재산약정'(민법 제829조 1항)이란 결혼을 앞둔 남녀가 혼인 후 두 사람의 재산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약정하는 부부 재산 관련 법 조항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재산 처리나 이혼과정에서 재산분할로 인한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부부 재산에 대해 아내쪽의 소유권을 확보해둠으로써 평등재산권을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1958년 민법 제정시 부부별산제의 예외조항으로 마련됐다.

현행 민법상 부부별산제(민법 제830조)는 부부 중 일방이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과 결혼생활 도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부부재산약정'은 부부간의 동등한 재산분할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셈이다.

하지만 이 약정은 법 제정 후 40년 동안 한번도 이용되지 않고 '죽은 법'으로 방치돼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1년 한 부부가 인천시 남동등기소에 첫 부부재산약정 등기를 설정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첫 사례를 계기로 대법원에서 부랴부랴 관련 등기예규를 만들었을 정도로 이전까지는 사문화된 상태였다.

 부부공동재산제운동본부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연합에 따르면, 2001년 첫 사례 이후 모두 19쌍이 부부재산약정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춘숙 서울여성의전화 회장은 "우선 이런 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홍보가 부족했고, 결혼도 하기 전에 이혼할 것에 대비한다는 편견도 많아 예비부부 중 한쪽이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 널리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여성 국회의원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은 현행 부부별산제를 '부부공동재산제'로 바꾸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지난 2005년 처음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에서 3년째 계류 중인 채 올 들어선 상정조차 되지 않아 언제 현실화될지 미지수다. 부부공동재산제는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 분배는 부부 협의 하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 5대 5 비율로 분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김인숙 변호사는 "이성적인 판단이 앞서는 젊은층은 결혼 후 재산관리에 있어서도 '부부 공동명의'를 중심으로 하는 합리적인 분할을 원하고 있다"면서 "부부공동재산제가 몇년째 답보상태에 있는 이상, 평등한 재산분배가 법적으로 보장되고 재테크 효과까지 볼 수 있는 부부재산약정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춘숙 회장도 "실제로 많은 전업주부들이 이혼시 무일푼으로 쫓겨나거나 남편이 자신도 모르게 부동산을 팔아 넘겨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며 "부부재산약정의 방법을 정확히 알고,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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