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성들은 사랑에‘올인’안해"
세 여성간의 연대와 소통
"남녀 사랑은 취향의 문제"
소설 ‘걸 프렌즈’(민음사)가 이른바 ‘새로운 여성관계의 탄생’으로 평가받으며 문단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31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29세의 젊은 작가 이홍(29)씨의 처녀작이다.
“여성들만의 연대와 소통의 방식을 다루고 싶었어요. 남녀관계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여자친구들과의 만남과 수다, 상담을 통해 해소하는 문제들이 있잖아요.”
이씨는 “중간에 남자가 있다는 것만 빼고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라며 “서로 잘 아는 남자를 주제로 삼으니 오히려 소통이 더 깊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걸프렌즈’는 기존의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지에서 다뤄졌던 연애 공식을 과감히 깨뜨린다. 대신 ‘남녀간의 사랑은 운명이나 조건이 아닌 취향의 문제’라는 새로운 연애론을 펼친다.
일부일처제라는 결혼풍속도를 비켜간다는 점에서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나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의 사랑풍속도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정이현의 ‘행복한 나의 도시’와 비교되기도 한다.
“요즘 여성들은 옛날처럼 사랑에 ‘올인’하지 않아요. 사랑 못지않게 직장인, 사회인으로서의 삶도 중요하죠. 오랫동안 문학의 주제였던 ‘사랑’에 대해 지금 제 또래 여성들의 생각을 담고, 또 새롭게 표현해보고자 했어요.”
작품에 들어가기 앞서 이씨는 많은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런 연애가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에 “인터뷰한 여성들의 절반 정도는 가능하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종군기자가 꿈이었지만 공부를 못해서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그는 “작가지망생만큼 인정 못받는 직업도 없다”고 말했다. 상을 받고 제일 기쁜 점도 주변에서 글쓰기를 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점이라고.
이씨는 젊은 나이나 소설의 파격적인 설정 외에도 장재근 전 일간스포츠 회장의 며느리라는 사실이 알려져 한층 시선을 끌었다.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아 응모할 때 가족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가명을 써서 냈지만 어느새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준비 중인 다음 작품을 물으니 불완전한 시기를 지나는 10대 후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단다. 그의 펜 끝에서 이 시대 청소년들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