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러야 할‘대가’꼭 기억해야
손익 따져 국내법 개정도

그렇게 커다랗고 긴 탁자는 말없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애끓음과 안간힘, 그리고 진정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험난한 그곳을 찾아 헤매며 거대한 힘과 부딪힌 우리의 모습을 말입니다. 그동안 꿈꾸어왔던 것을 이루기 위해 큰 배에 긴 닻을 올리려고, 또한 그들과 어우러져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우리는 분투하였습니다. -‘건배, 여러분!’- 마침내 우리는 미합중국과 호혜평등에 기초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그 협정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 나아가 자본과 인력이 자유롭게 교환되는 기반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운명을 외세에 넘긴 채 맺어야 했던 한 세기 전의 강압적인 조약이 아니며, 운명을 개척하고자 과감히 세계 경쟁의 무대에 스스로를 세운 쾌거입니다. 경쟁국가에 보란 듯이 아시아 최초의 미국과의 자유무역지대가 이곳에 만들어지게 됩니다.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불필요한 장애물을 제거하고, 강점을 살려 번영으로 이끌 도전을 쉼 없이 계속할 것입니다. 펼쳐진 자유무역의 토대 위에 민족의 창의력과 단결된 힘이 빛을 발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잔을 들기 전에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를 또한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미국의 입장에서 무역협정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입장에서 감당해야 할 비용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첫째, 미국 연방법 제19권 제13장에서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과 미국의 자국법이 상충될 때에는 미국의 자국법이 우선한다(United States statute to prevail in conflict)”는 대원칙이 선언되어 있습니다. 즉, 미국이 체결하는 무역협정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자국법에 저촉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국내법을 거꾸로 무역협정에 맞게 아예 영구히 고쳐야 하며, 이는 무역협정을 자국법에 맞추어 운용하는 미국의 경우와는 명백히 다릅니다. 한·미 FTA는 양자간 무역협정임에도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공통으로 적용될 우리의 국내법 자체를 이러한 양자 협정에 맞추어야 하는 큰 부담을 갖게 된 것입니다.

둘째, 미국의 무역협정은 관세율을 정하고 있는 연방법 제19권 관세법(Customs & Duties)에 속해 있습니다. 관세법이란 그때 그때의 세율을 정하는 법이며, 그 중 양자무역협정은 양 국가간의 관세를 정하는 것입니다. 즉, 한국과의 무역협정의 의미란 한국이 수출하는 물건에 대한 세율을 정한 숫자를 고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우리가 얻은 것도 미국 관세법 중 한국 물건에 대한 세율의 숫자를 낮추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고치는 것은 세율의 ‘숫자(數字)’이고, 우리가 고쳐야 하는 것은 법규의 ‘문자(文字)’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법규에 용해되어 있는 우리의 법정신, 법철학을 변경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저작권, 신약 특허권 등 문화·과학에 관한 주권국가로서의 고유한 선택이 관세율 협약에 의해 영구히 바뀌는 것은 결코 우리에게 유익한 과정이나 결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주권이 통합되는 유럽연합의 경우에도 회원국이 공중보건, 문화보전 등의 이유로 선택한 국내법을 존중하는 ‘상호인정(mutual recognition)’이라는 법 원칙이 세워져 있는 터에 단순한 양자무역협정에 의해 자국의 법률 체계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유무역 신봉자인 미 컬럼비아대학의 바그와티 교수도 ‘물건 교환과 자본 교환의 근본적 차이(The Difference Between Trade in Widgets and Dollars)’라는 논문에서 물건 교역과는 달리 자본 이동이 교역국 중 일방에 이득이 되지 않는 여러 사례를 분석하면서 ‘광기와 혼란과 투기적 과잉(mania, panics and speculative excess)’에 대한 규제를 강조한 것을 상기한다면 투자와 금융 영역에서 국내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도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이자리는 새로운 개방을 위한 성대한 축하연이 어울리는 자리입니다만 우리에게 상대의 법률과 우리 법을 치밀하게 비교하는 준비의 시간과 역량이 부족했음을 먼저 고해해야 합니다. 단단한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궁전을 짓는 것은 우리들에게 진정한 번영을 약속하는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제 귀 기울여야 합니다. 저 밖에는 봄이 왔는데도 겨울을 느끼며, 육체적 냉기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한기에서 고통을 느끼는 저 이웃의 외침에 대하여, 또한 우리가 발 맞추어 미래로 행진할 수 있도록 내면 저 깊숙이에서 흘러나오는 북소리의 리듬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앞에 놓인 잔을 흥겹게 비운 날로서보다는 먼저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와 오늘의 난관을 극복해갈 용기를 갈구하는 기도의 두 손을 모은 날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신항로의 개척은 거기에서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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