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허구 드러낸 슈퍼맨
‘타임머신’ 허구 드러낸 슈퍼맨
  • 이종호 / 과학국가박사·과학저술가
  • 승인 2007.02.02 12:20
  • 수정 2007-02-02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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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자전과 반대로 돈다고 애인이 살아날까

타임머신이 실용화된다면 아마 한국인들이 가장 반가워할지 모른다.

한국인들은 매년 설날이나 추석날 차례나 성묘를 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간다. 귀중한 시간 대부분을 교통체증으로 도로 위에서 보내게 된다. 그러니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굳이 사망한 조상의 무덤을 찾아 성묘길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이 살아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타임머신(Time Machine)’이라는 아이디어가 세상에 태어나자 과학자들은 곧바로 어떻게 하면 타임머신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가 방법론을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 과학적인 생각이 결여된 아이디어 차원에 지나지 않지만 타임머신이 태어난 초창기에 가장 합리적인 아이디어로 인정된 것은 지구의 자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한쪽 방향의 운동이 앞으로 흐르는 시간과 동등하면 반대 방향의 운동이 거꾸로 흐르는 시간과 동등하다는 뜻이다.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은 애인인 루이스 레인이 핵 폭발의 여파로 죽게 되자 역사의 길을 바꾸기로 결정한다. 그는 지구의 자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적도 둘레를 빙글빙글 돌면서 루이스 레인이 죽기 직전의 과거로 돌아가 그녀를 살려낸다. 물론 루이스 레인이 죽기 직전에 슈퍼맨이 영화에서 구출했던 사람들은 슈퍼맨이 루이스 레인을 구하려고 역사를 바꾸었기 때문에 죽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났기 때문에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것은 썰렁하기 그지없는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독자들은 안심해도 된다. 두 물리적 현상인 회전의 방향과 시간의 흐름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슈퍼맨’에서 사용한 논리는 천체의 운동이 시간을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천체가 운동하니까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므로 천체가 운동한다. 슈퍼맨이 광속보다 빨리 달리더라도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광속보다 빨리 달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우주가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설사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갈 수 있다고 해도 다시 과거로 돌아오는 데 중대한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 차원에서만 여행을 하고 공간이라는 3차원은 바뀌지 않아야 하는데 지구는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3차원을 통하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이 놓인 지면상의 한 점은 지구 축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지구, 태양, 태양계, 우리의 은하도 운동을 하고 있으므로 과거로 달려가더라도 지구는 자신이 출발했던 장소에 존재하지 않는다. 광속보다 빠른 우주선을 타고 갔다 해도 그곳은 지구가 아닌 컴컴한 우주 공간일 뿐이다.

우주의 회전까지 고려, 슈퍼맨이 과거로 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여하튼 지구는 과거에 있었던 자리에서 이미 옮겨져 있다. 더구나 슈퍼맨의 애인은 슈퍼우먼이 아니므로 보호복 없이 우주 공간에서 단 1분도 살 수 없다. 슈퍼맨이 불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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