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나는 여성연극 2題

폭염이 물러간 공연 무대에 여성들의 목소리가 뜨겁다.

15일 같은 날 시작하는 두 편의 여성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가 그것.

전자는 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1인극이고 후자는 성과 거리가 먼 5명의 비구니들의 이야기지만

두 편 모두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깨달음을 얻는다는 주제를 추구한다.

● ‘버자이너 모놀로그’ 성 금기 깬 행복한 성기의 독백

“‘보지’ 세상에… 내가 말했네요. 내가 ‘보지’라고 소리 내 말하기 시작했을 때, 난 내가 얼마나 분열되어 있는지 내 몸과 마음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도입부터 관객에게 충격을 안겨주며 시작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입 밖에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시돼 온 성기를 표현하는 언어를 내뱉은 것. 이 작품은 감춰지고 터부시돼 왔던 여성의 성기에 관한 이야기를 여배우 1인의 입을 빌려 ‘나에게 이야기하듯’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풀어간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사회운동가, 시나리오 작가인 이브 엔슬러가 직접 각계각층의 200여 명이 넘는 여성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고백들을 엮은 작품.  첫 키스에서 치마를 적시는 바람에 버림받은 후 성적인 반응을 불결하다고 생각해온 70대 여성부터 남편 때문에 ‘그곳’의 털을 빡빡 밀어야 했던 주부, 군인들에게 성폭행 당한 보스니아 강간 캠프의 여성 등 10여 명의 다양한 여성의 체험이 녹아있다. 이번 작품은 ‘서주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연출했던 이지나씨가 연출을, 연극배우 장영남(사진)씨가 주인공을 맡았다. 장씨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개작한 ‘환’에서의 게이 왕역, ‘햄릿’의 오필리어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셰익스피어 전문배우’로 불리는 인물이다.

문화세상 이프토피아(대표 박옥희) 주최로 2년 만에 돌아온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번 공연에선 예전에 너무 과격하다며 원작에서 삭제됐던 부분도 첨가된다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15일부터 11월 12일까지 대학로 두레홀 3관. 문의 1544-1555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 ‘그것은 목탁 구멍…’ 여성 입 통해 깨닫는 여성존재 본질 찾기

대웅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승복 차림의 5명의 여성 머리 위로 바리캉이 스쳐갈 때마다 흰 종이 위로 머리카락이 떨어져 내렸다. 지난 8월 23일 서울 구의동 영화사에서 열린 특별한 삭발식에 참여한 주인공은 연극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 비구니로 출연하는 연운경, 이영란, 이인희, 윤순옥, 손성림씨였다.

극단 천지인(대표 김인자)의 ‘그것은 목탁 구멍…’은 90년 초연 당시 각종 상을 휩쓸었던 동명의 히트작을 비구니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연극. 속세에서의 정신적 충격 때문에 불교에 귀의한 스님이 번뇌 끝에 구도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던 작품이다. 여성 주인공을 맞아 새롭게 변신한 이번 공연에선 불교에 귀의하는 원인이 성폭력으로 바뀌었고 주인공 도법 스님은 연웅경씨가, 상대역인 탄성 스님은 이영란씨가 맡았다.

남편과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동네 깡패 7명에게 강간당한 가슴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출가한 도법스님은 전직 미대 교수이자 유명 조각가.

큰스님으로부터 봉국사의 불상을 조각하라는 명을 받고 3년 동안 작업에 몰두하지만 완성을 앞둔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피투성이의 망령은 “불상이 엉터리”라며 “부숴버리라”고 명령한다. 결국 스님은 망령의 실체는 자신의 불안의 그림자였음을 깨닫고 분노를 이겨낸다.

이 작품은 불교적인 소재를 취하고 있지만 ‘세상에 아름다움과 추함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미·추를 가르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이란 인간의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특히 여성의 입을 통해 여성이란 존재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15일부터 11월 12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 문의 02-344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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