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는 누가 만들게?”
“된장녀는 누가 만들게?”
  • 김정은 / 전업주부
  • 승인 2006.08.11 14:58
  • 수정 2006-08-11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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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터넷에선 ‘된장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신문에까지 실려 인터넷 논쟁과 거리가 먼 이 아줌마의 눈에도 띄게 되었는데 간단하게 보아 넘기지 못하고 내내 마음으로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왜냐고? 물론 찔려서다. 결론부터 고백을 하자면 “그 된장녀는 결국 된장엄마가 키운다는 것이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신문에 그려진 된장녀의 프로필을 보면, 명품가방과 휴대전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가방 안에 안 들어가는 대학 전공 서적은 옆구리에 끼고, 비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디카 사진을 찍어가며 되지도 않는 잡담으로 시간 죽이느라 불쌍한 선배 주머니 털고, 다이어트 한다고 아메리칸 커피 마시면서도 설탕과 초콜릿에 범벅된 도너츠를 곁들이고 등이다.

굳이 발뺌을 하자면 도망갈 구석이야 있다. 나는 디카로 음식 사진 찍어 ‘싸이’에 올리지도 않고 휴대전화로 ‘껍절한’ 메시지를 남발하지 않으며 명품가방도 안 산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나 역시 공부할 책이 안 들어가는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는 주객전도와 다이어트를 내세운 블랙커피에 곁들여 꿀설탕이 범벅된 리치한 도너츠를 먹는 표리부동쯤은 날마다 저지르고 산다.

커피 5000원은 그러려니 하면서도 쓰레기봉투 값은 아깝다고 우겨넣다가 봉투 찢기가 예사요, 친구 만날 때는 비싼 레스토랑으로 구경 가자면서 돌아오는 길에 과일 트럭 앞에선 사과 하나 덤 안 준다고 눈이 모로 선다.

그 뿐이랴. 내 집 청소는 도우미를 부를 지경인데도 자원봉사 하러 가서 종일 청소하고 와서 저녁은 시켜 먹고, 잔뜩 사다놓은 음식 재료는 냉장고에서 시들고 있는데도 주말 외식은 기본이다.

아이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방학이라고 아이들 특강은 숨이 턱에 찰 만큼 잡아놓고 뺑뺑이를 돌리면서도 정작 아이들 교재를 살펴보지도 않았다. 학교에서 보내는 알림장은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서 교과서 복습할 새도 없이 돈으로 깔아놓은 학원스케줄로 애들 내몰기만 바쁘다. 생활비가 교육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남편만 쪼아댔지 신문 한 장으로도, 교과서 외우기로도, 학교도서관에서 빌리는 책으로도 얼마든지 알찬 공부가 가능한 걸 인정하려들지 않는 이 엄마다.

사회의 기현상만 탓하며 허덕거리는 엄마의 불균형한 행동을 보고 자란 아이에게서 어찌 올바른 사리분별과 현실감각과 성실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이는 다만 자라면서 본 대로 가르침을 받고 행동했을 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아이의 행동에는 반드시 내가 있다. 이 시대에 난무하는 된장녀의 뒤에는 반드시 된장엄마가 있는 것처럼.

그래서 난 오늘부터 큰 결심을 한다. 냉장고 음식부터 썩어나가게 하지 말자고. 커다란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까지 갖추고도 음식은 패스트푸드 수준이요,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할 것을 잔뜩 사와서는 쓰레기통으로 자주 갖다버리는 엄마의 생활태도가 아이에게 앞뒤가 맞지 않는 생활철학을 쉴 새 없이 가르친다.

아이야, 엄마도 조금 사서 알뜰히 쓸게, 너도 알차게 공부하며 살아라. 우리 이제부터 거품을 걷고 ‘된장맞을’ 인생을 좀 반성해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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