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녀의 ‘행복한 리더’론
그 일곱 번째는 20대 남녀들의 행복론이다.
일시와 장소 2006년 8월 1일(화) 저녁 7시 여성신문사 회의실
진 행 이은경 편집국장
방담자 강미선 LG텔레콤 광화문점 영업대리, 남형준 미국 애모리대학 경영학과 입학 예정자, 박선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 대학원생, 조현욱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레지던트
진행:여성신문의 ‘행복방담’ 기획은 양성평등 사회 속에서의 삶의 질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연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20대와 10대 방담회를 남겨놓고 있는데, 젊은 세대일수록 특별히 성차가 두드러지지 않을 것 같아 이번 20대 행복방담회는 남녀 혼성 방담회로 마련했다. 먼저, 살아오면서 행복했다고 기억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강미선:나는 직장인이니까, 지점에 내려온 목표를 달성해서 성취감을 느낄 때 행복하다. 그리고 친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와 여행을 함께 갈 때 행복을 느낀다. 지금은 작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남형준:지난 6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아직 학생이다 보니 공부와 일 등 어떤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걸맞은 결과를 얻었을 때 제일 행복하다. 정신적으로나 지적으로 내가 뭔가 ‘발전’을 했다고 느낄 때 행복하다. 가장 최근엔 대학에 합격했을 때,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서 행복했다.
조현욱:최근 몇 년 사이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그래서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2004년에 졸업하면서 원하던 병원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좋았고, 인턴을 마치고 원하던 과에 들어가서 좋았고, 올 가을에 결혼할 예정이어서 행복하다.
▲ 조현욱
박선진:고향이 부산인데, 대학 진학 후 서울로 올라와서 계속 혼자 살았다. 서울에서 힘든 일을 겪다가 고향에 내려가서 가족과 친구들과 지낼 때 행복하다.
진행:그렇다면 애인, 혹은 파트너 등 자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은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또 행불행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나.
강미선:애인은 생활에 활력을 주며, 삶의 좋은 경쟁 상대이다. 그에게 칭찬을 듣고, 인정받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더 긴장한다. 애인은 남한테 말하기 창피한 일에 대해서 고민을 털어놓으며 상담할 수 있는 존재다.
남형준:다만 친구를 사귀면서 서로 힘들 때 도움을 주고받는데, 그런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조현욱:주변에서 흔히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얘기한다. 나는 그래서 결혼을 선택했다. 지금 당장은 결혼할 상대를 떠올리면 행복하다.
진행:대인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면 행복으로 이어질까.
조현욱:먼저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아무 것도 안 믿으면 모든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그러면 힘들어질 수 있다.
박선진:애인과 싸울 때마다 애인이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애인과의 관계는 ‘극단적인 인간관계’일지도 모른다. 애인, 가족 등은 내가 엄청 바보 같은 실수를 해도 다 받아들인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이해해 줄 수 있는 타인이 필요하다.
▲ 박선진
진행:그렇다면 운명적 공동체인 가족은 나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달리 가족 유대감이 강한 우리 사회에선 남다를 것 같은데.
강미선:10대엔 친구들하고 같이 있으려고 하면서 ‘가족’을 탈출하려고 했다. 20대가 되면서 중심축이 변했다. 다양한 내 삶의 축들 중에서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하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다. 힘들어도 가족에겐 기댈 수 있다.
남형준: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들이 엄마와 아빠다. 아마도 엄마와 아빠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으면 대학을 못 갔을 것이다. 부모님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존재이니까, 내가 힘들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준다. 예전엔 부모님의 조언을 억지로 들었는데, 지금은 그 조언이 참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조현욱:보통, 사람들은 가족을 당연한 존재로 생각하다가 그것이 틀어지게 되면 힘들어한다. 20대가 되면서 부모님의 삶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족이 십자가이고, 지긋지긋한 굴레이기도 하지만, 내겐 아직 가족이 편안한 존재이자 행복을 주는 존재다. 어렸을 때는 ‘애증’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몰랐다. 어떻게 보면 부모님과 애인이 내겐 ‘애증관계’에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박선진:가족이 굴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 먹으면서 점점 내가 부모님을 닮아가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된다.
진행:20대는 행복의 최고 가치를 어디에 둘까. f
강미선:다큐를 보면,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거의 다 행복한 사람이 없더라. 갑자기 큰돈이 들어와서 개념 없이 쓰다가 파산을 많이 한다. 또한 자기가 이룬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면 계속 불만이 쌓이고 불행할 것이다. 결국 행복의 최고 가치는 감사와 만족감이다.
▲ 강미선
진행:자기 만족의 커트라인을 너무 높게 잡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남형준:나의 경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성취하고,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것이 반복될 때 행복하다. 과거보다 뭔가 발전한 게 있으면 그것에 만족할 수 있다.
진행:어떤 이는 ‘내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의식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조현욱:행복의 궁극적 가치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기가 열정을 쏟는 부분, 예를 들어 부모와의 관계, 자식과의 관계 등에서 인정받을 때 행복할 수 있다. 반면, 어떤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때 그 순간 중요한 것을 놓쳐버리게 된다. 지금 처한 상황이 어떤 면에서 어떻다고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행복할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뭐고, 내가 못하는 게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대인관계도 원만할 수 있다.
진행:행복은 자기 상황을 명철히 알아야 한다는 말인가.
박선진: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어느 공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지를 알면 그곳에 있으면 행복해진다. 만약 쇼핑을 즐거워하는 사람인데 주변에서 ‘과소비’라고 비판을 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못하면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진행:지금까지 개인의 행복을 얘기했다면, 이제는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행복을 만들어가고, 또 어떻게 행복을 주고받는 지를 이야기해 보자.
강미선:직장생활에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 타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목표를 성취하면 공동체가 행복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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