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중·장거리 7기 발사…대북관계 급냉각

98년에는 먹혔던 북한의 ‘미사일 카드’가 이번에도 통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5일 오전 3시32분께 대포동 2호와 노동, 스커드 미사일 등 6기를 연달아 발사하고, 오후 5시20분께 스커드 미사일 1기를 추가 발사했다. 전쟁 상황이 아닌 시험발사로 단·중·장거리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특히 발사 시점을 미국 독립기념일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에 맞췄고, 일본의 6개 언론사 기자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인 상황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 발사 강행을 미국을 대화로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98년 때나 지난해 핵보유 선언과 같이 북이 벼랑 끝 전술을 사용했을 때 오히려 협상 국면이 조성됐던 과거의 경험이 있다”며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이후 북·미 대화에 대한 별다른 성과가 없는 데다, 최근 달러 위조를 빌미로 미국이 북에 대한 금융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국면 전환용 전술을 구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 사회의 제재가 이뤄진다 해도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8년 때도 안보리 의장성명 수준의 제재에 그쳤다”며 “북한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만한 추가적 제재 조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북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 섰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5일 안보리를 열고 북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이용될 수 있는 모든 자금과 상품 및 기술 제공을 보류하도록 각국에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높은 수위의 결의안을 내놓았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주권국가 또는 유엔 회원국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이를 규제할 국제법적 수단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김연철 교수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와는 달리 부시 행정부는 9·11테러 이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등의 발언으로 북한과의 직접 협상 거부 의지를 피력해왔다”며 “미국은 여전히 ‘적대적 무시’를 기본으로 하면서 국제적인 제재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정부 대응은 - 쌀·비료 지원 중단 등 관계 재검토

결국 관건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는 쌀과 비료 지원 등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남북 관계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5일 “남북 관계를 평소와 같이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6일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사업을 제외한 (쌀과 비료 등의) 추가적 대북 지원을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중단될 경우 이후 미사일 관련 협상 국면을 주도할 수 없게 된다. 지난 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김영삼 정부는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면서 결국 제네바 합의 과정에 끼지도 못했고, 경수로 지원비만 떠안았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얼마나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갈 수 있는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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