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비닐봉지에 대한 고민’ 제하의 비닐봉지 투기에 대한 글을 쓰고 나서 스스로 많이 부끄러웠다. 비록 크기가 작은 봉지를 가려내어 쓰는 것이긴 하지만 하루에 한 개씩을 버리는 반환경적인 폐기 행위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과 또 한 가지는 비닐을 이용하지 않는 음식쓰레기 폐기 방법을 이전에 진중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내 모양새가 그러했다.

그래서 깊이 반성을 하고 달리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비닐봉지 아예 안 쓰기로

이번에는 비닐봉지 사용이라는 생각을 아예 머리에서 지웠다. 봉지 사용을 전제로 하니까 어떻게 하면 적게 버릴까, 토양과 대기에 해를 덜 끼치고 양심에 거리낌이 좀 덜 할까를 생각하게 되고, 음식쓰레기를 모아서 이삼일 만에 한 개를 버리는 것이 그나마도 낫다는 생각이었는데 쓰고 또 쓰는 그릇에 음식쓰레기를 담아 나르기로 한 것이다.

음식쓰레기란 갓 버리는 것일지라도 더러운 것이라는 내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그것이 냉장고에 남아 있는 음식과 다를 것이 없을진대 그릇에 담아 버리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을 왜 생각 못했던가 싶다. 남들이 웃을 일 아닌가.

또 외출하면서 쉽게 들고 나가 쓰레기장에 다 던져버리고 빈손으로 행차하기 위해서는 내버리기 좋은 비닐봉지가 그만인 것이다. 이렇게 지금까지 비닐봉지를 쓴 것은 편한 것을 먼저 취하는 소인배 같은 생활태도에서 나온 것이다(개인주택에서는 종량제 봉지를 썼다).

그릇을 가지고 나가서 비우고, 종일 바깥에 있을 때는 그 그릇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일이 번거롭고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에 너무 묶여 있었다. 적은 양이니까 그릇이 작아도 괜찮고 바로 버리니까 크게 비위생적일 것도 없는 것 아닐까.

편의성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지난 번 원고를 쓰고 난 날부터 쓰레기 처리는 내가 직접 하는 것으로 했다. 그릇을 사용하고부터 마음이 가벼워졌다. 우리 집에서 버려지는 비닐은 대폭 감소되었다.

우리가 녹색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는 일상에서 참으로 생각 깊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땅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소재의 재질이 썩는 것인지 안 썩는 것인지, 타는 것인지 안 타는 것인지, 그리고 순환이 되어서 재사용이 가능한지도 최소한 알아야 한다. 생활이 바로 과학이고 수학이며 오염을 덜 발생시키는 것도 IQ를 요하는 일이다.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부지런해야 하며 번거롭고 고생스러운 것을 감내하는 그런 마인드가 없으면 환경을 지킬 수가 없는 것이다. 매립을 해서 썩지 않은 채 100년 이상을 묻혀두게 하는 것보다 설거지로 나가는 물은 정화되고 정수되는 과정을 밟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물은 순환하는 재질로는 제일인 것이다.

무엇에든 가장 좋은 방법은 화학제품의 도움을 안 받는 재래식의 방법이 좋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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