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4당 의원 좌담회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는 단순한 수적 열세 극복을 뛰어넘어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 문화 확산’이란 의미를 갖는다. 본지는 2월15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원내 4개 당의 여성위원회 관련 의원들을 초청, 당의 여성 후보 지원 정책 등을 알아보는 좌담회를 열었다.  <편집자 주>

일시 및 장소: 2월 15일(수)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 1층 의원열람실

사 회: 박이은경 편집장

참 석: 홍미영(열린우리당),  박순자(한나라당), 손봉숙(민주당),  노회찬(민주노동당)의원

박이은경 편집장(이하 사회): 지난 2002년 지방선거와 비교할 때 이번 지방선거가 달라진 점이 있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홍미영(이하 홍): “국민의 세금으로 선거를 지원한다는 것이 다르다. 국가는 여성정치발전기금이란 명목으로 각 정당에 수억에서 수십억 원씩 지원해 여성의 정치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여성추천보조금이란 이름으로 30% 이상 여성 후보를 내세운 정당에 대해 35억6000만 원의 선거지원금을 주도록 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선거자금에 대한 부담을 크게 벗어버리게 된다.”

박순자(이하 박): “2002년 선거가 여성 후보 참여면에서 씨를 뿌리는 해였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물과 기름을 주어 잘 클 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해다. 홍 의원의 지적처럼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여성의 정치 진출을 확대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그동안 단체장 쪽에서는 여성들의 출마의사가 매우 적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단체장 쪽으로도 출마하려는 여성이 많아진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손봉숙(이하 손): “기초의원 정당공천, 중대선거구제 변화, 지방의원 유급화 등이 크게 바뀐 부분이다.”

노회찬(이하 노): “올해는 의회 내 남성 중심 기득권이 고착되는 것을 막고 여성 진출을 확대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특히 여성은 항상 비례의원으로 머물 것인가 적극적으로 지역구(선출직)로 진출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다. 이에 지역구에 적극 진출해 교두보를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회: 5·31 지방선거 결과 여성 진출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홍: “중선거구제로 2인 이상 선출하는 경우, 당내 경선이 치열하고 지역구에 여성이 공천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현행 제도를 고려할 때 비례직은 여성이 경쟁하고 지역구는 남성이 경쟁하는 등 이분화된 구조를 보일 양상도 있어 여성들의 진출에 현실적으로 불리한 점도 있다고 본다.”

박: “현재 여성 의원 비율이 한 자릿수인데, 최소한 두 자릿수의 비율로 여성 의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 한나라당은 2명의 여성 구청장을 전략공천으로 당선시켰었다. 이번에는 기초단체장 출마를 준비하는 여성이 12명에 달한다. 여성 출마자들이 비례보다는 지역구에 적극 도전하길 바란다.”

손: “박 의원의 의견에 동의한다. 비례대표 할당 때문에 여성 스스로 지역구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노: “이번에 기초비례가 도입돼 여성이 조금 늘겠지만 적극적인 선출직 지역구에서 깨끗하고 일 잘하는 여성 후보들이 대거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 여성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여성 공천을 확대하는 과정에 따를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인가.

홍: “정치권은 그야말로 ‘남자들의 판’이다. 수적으로 남자들이 훨씬 많다. 남자들끼리는 형이 되고 동생이 되고 허물없는 선후배임을 강조하며 밀어주고 끌어준다. 여성 정치인들은 남성들보다 몇 배나 더 노력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박: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에 비해 소수라는 것과 공천심사위원회 등 당내 의사결정기구에 여성이 적게 배치돼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특히 공천과 관련해 중앙당의 공천심사위원회와 시도당의 공천심사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위원장도 대부분 남성이고 위원 수도 남성이 더 많은 구조다.”

손: “우리나라 정당문화도 형식적으로는 상당히 민주화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저변에서의 정치문화는 ‘여성이 당 지도부로서 원만하게 당을 이끌어갈 수 있겠는가’ 혹은 ‘여성이 지역구의 험난한 선거를 잘 치를 수 있겠는가’ 하는 식의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사회: 많은 남성이 혹은 여성들도 ‘괜찮은 여성 후보가 없다’는 등 여성 후보 자질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바람직한 여성 후보에 대한 기준을 말해달라.

홍: “남성들은 표면적으로든 실제로든 경쟁을 통해 일단 한번 걸러진다. 반면 여성의 경우 그에 비하면 경쟁이 덜하다. 그런 점이 여성 후보들이 가진 전문성과 자질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거저 먹었다’는 막말을 듣는 등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성 후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박: “바람직한 여성 후보의 기준으로는 도덕성, 전문성, 포용성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의 강점은 무엇보다 도덕적이고 깨끗한 데 있다.”

손: “대부분의 여성 정치인과 후보들은 남성보다는 부정부패에 타협적이지 않고 양심적이고 성실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으며 또 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

노: “이 질문은 긴 시간 기득권을 쥐고 있었던 남성들에게 질타성 문제제기로 던져야 할 사항이다. 관련법 제정 등 여성들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던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여성 후보 자질론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사회: 지방정부와 의회에서 여성의 과소 대표성을 극복하려면 당을 초월한 강력한 연대가 필요하다. 당을 초월한 연대모임이나 동반 기자회견이라도 하실 의향이 있는지.

홍: “여성 30% 이상 공천, 당 공천위원회에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 참여 등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 당 간 협조가 필요하다. 또 여성추천보조금과 여성발전기금 사용방법에 대해서 각 당이 적극 홍보하도록 하고 여성가족부도 이것이 여성의 정치 참여를 돕는 제도라는 사실에 대해 적극 홍보해야 한다.”

박: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문제는 당을 떠나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4당 공동으로 5·31 지방선거 여성 진출 확대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을 초월한 연대모임이 이상적으로는 필요하지만 현실에 있어 각 당에서 내세우는 인물과 정책 등으로 차별화해 선거에서 서로 경쟁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손: “당을 초월한 여성 의원들의 동반 기자회견 및 연대모임은 적절한 시기에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시기에 여성 의원들의 하나된 목소리가 필요할 때 얼마든지 우리는 다시 함께 모여 힘을 합할 준비가 돼 있다.”

노: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공조가 필요하지만 계층별 혹은 계급별 여성의 정치적 요구사안이 다르므로 어렵다고 본다. 다양한 여성들의 차이를 받아들인다면 당마다 자신이 대표할 수 있는 계층도 다를 수 있다. 이에 각 당이 공조의 시기와 독자적 시기를 구분해 연대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원외 여성·시민단체에서 어떻게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홍: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지지가 매우 필요하다. 특히 각 당 대표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여성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여성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박:  “각 당이 여성을 많이 공천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주길 바란다. 여성공천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갈린다는 것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었으면 한다. 여성 후보자의 공천이 확정된 뒤에는 여성 후보자의 공약, 필요한 선거홍보방법, 자원봉사자 교육 및 파견활동, 유권자 대상 홍보 및 지지활동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손: “여성·시민단체의 노력과 지원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이와 같은 여성 정치참여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여성단체와 시민단체의 여성참여 지원활동이 지역에서의 여성 후보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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