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 번씩 구충제를 먹자

요즘 전국 약국에서 구충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중국산 김치와 일부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그 원인이다.
사실 이번에 발견된 회충 알의 경우 아직 성숙되지 않은 미성숙란이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 인체에 들어가도 감염 확률이 전혀 없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마치 김치 때문에 전 국민이 기생충에 감염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아마도 예전 라면의 우지파동이나 골뱅이 캔의 포르말린 파동처럼 얼마 안 가서 과장됐던 식품사건으로 정리가 되겠지만, 아무튼 아무쪼록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생충 감염 예방에 대한 관심이 계속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옛날에 비해 지금은 기생충 감염률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자료를 보면 71년 기생충 감염률은 84.3%였으나 97년 실시한 제6차 전국 장내 기생충 실태조사 결과 2.4%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감염률이 높은 기생충은 간흡충(1.4%), 요충(0.6%), 요코가와흡충(0.3%)의 순이었고 나머지 기생충 감염률은 모두 0.1%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흔히 기생충 하면 떠올리는 회충의 감염률은 0.06%로 매우 낮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에서 거의 사라진 것으로 인식된 기생충 감염이 다시 늘고 있다. 2004년 서울대의대 기생충학교실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8.1%의 감염률을 보였으며 간흡충이 4137명 중 259명의 감염으로 6.3%의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였다. 특히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여자보다는 남자의 감염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된 기생충은 구충제에 의해 쉽게 구제될 수 있다. 구충제는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기생충에 중독을 일으켜 마취·반사반생 상태로 대변과 함께 배출시키는 피페라진(piperazine) 같은 구충제와 둘째, 기생충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해서 굶겨 죽이는 알벤다졸(albendazol), 플루벤다졸(flubendazol)과 같은 구충제가 있는데, 최근에는 후자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보다 청결해진 식생활 문화와 간편하고 효과적인 구충제의 보급으로 기생충은 확실히 감염률이 낮아졌고 치료도 간단해졌다. 그래서 기생충 감염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방치할 경우 의외로 크게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2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전염성 기생충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우리나라는 15.9명으로 OECD 평균인 7.5명에 비해 2배에 달했으며, 포르투갈(16.1명)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았다.
예방책은 간단하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구충제를 먹자. 요즘 씹어 먹는 구충제는 맛도 좋기 때문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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