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전통 이화여대 가정대 역사 속으로

여성 고등교육의 상징인 이화여대가 2007년부터 가정대 신입생을 뽑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29년 우리나라에서 가정학 교육을 처음 시작한 대학이 바로 이화여대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배출된 가정대 졸업생 수도 1만1000여 명에 달하며 졸업생 중에는 유명 인사도 많다.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고 이태영 박사, 음악가족 정명화·정경화·정명훈씨의 어머니 이원숙씨, 롯데쇼핑 신영자 부사장,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김숙희 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등이 가정대 출신이다.
김숙희 전 장관은 “학교 측이 졸업생과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밀실에서 가정대 해체를 추진한 것은 절차도 잘못 됐고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며 “가정대 해체는 이화여대 역사를 반토막 내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가정 해체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가정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가정대 일부 동창생들은 청와대와 교육부에 가정대 부활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지속적으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동창생들 중에는 이번 사태를 “(가정학 전공자들이) 학문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데서 초래한 사건”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30대 후반의 한 졸업생은 “가정대의 명칭이 가정과학대, 생활환경대로 바뀌고 전공 과목의 명칭도 가정관리학과의 경우 소비자인간발달학으로 변했는데, 소비자와 인간발달학이 학문적으로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시류를 타다가 오히려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한 셈이 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중 가정대가 단과대로 독립돼 있는 학교는 40여 곳이다. 이들 대학은 이화여대의 개편을 주시하며 대학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10월 17일 현재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등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은 가정대학 체제를 바꿀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중앙대는 생활과학대학의 해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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