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각 분야 여성 과학기술인들

2003년 6월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여성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과 활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20% 여성 과학기술인 채용목표제가 단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연구기관이나 기업에서의 채용과 활용, 출산과 육아 지원 등 이들 여성 인력을 위한 실제적 지원 면에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이에 여성신문은 9월부터 4개월간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으로 기획연재 ‘한국의 마담 퀴리들을 위하여’를 마련,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과학기술 분야 중 여성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의학 분야와 70년대 새롭게 등장한 생명공학 분야다. 

2004년 12월 31일 현재 대한의사협회에 신고된 의사는 6만8346명. 이 중 여의사는 1만2780명이다. 전문의는 8101명이며 주로 소아과(1522명), 내과(1209명), 산부인과(1140명)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면 외과 과목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적은 편이어서 정형외과 8명, 신경외과 9명에 불과했다.

이 중 여성 진출이 극히 드문 비뇨기과는 개원한 이윤수 전문의를 비롯해 4명의 전문의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자의사회의 초대 회장을 지낸 손치정 박사, 정신과 1호 여의사인 김동순 동북신경정신과 원장, 이길녀 경원대 총장, 박양실 전 보건사회부 장관,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이 분야의 선구자들이다.

이 외에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인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이 정치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임상병리 전문의 양윤선 메디포스트(제대혈 보관 및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대표는 재계로 진출했다.

생명공학 분야는 대학 졸업자의 절반가량이 여성이 차지하고, 수많은 연구 성과를 거둔 학문으로 꼽힌다. 김지영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회장은 85년 KAIST 유전공학센터 개설에 참여했으며, 이후 나도선 과학문화재단 이사장과 21세기 프론티어 사업단의 유명희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 개발사업단장이 합류하면서 ‘여성 트리오’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나도선 이사장은 86년 국내 처음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시켰고, 유명희 사업단장은 단백질 연구를 통해 치매·골다공증·당뇨 등의 원인을 밝혀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1세기 프론티어 사업단의 유향숙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은 유전자 연구를 통해 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백성희 서울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암전이 억제 유전자를 밝혀 냈다.

여성 과학기술인들은 우주과학분야에도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임효숙 박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첫 여성 보직자로서 원격탐사그룹장에 올랐다. 임 박사는 아리랑위성 및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개발한 지구관측위성 자료를 활용해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서은숙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 이탈리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참여하는 ‘크림’ 프로젝트(우주선 가운데 초고에너지를 검출해 성분을 분석함으로써 우주의 구조를 연구하는 작업)의 총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물리학 분야 모혜정 박사는 60년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에서 활약한 초기의 인물로 96년 국내 여자대학 최초로 이화여대에 공과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3, 4대 회장을 지낸 정광화 한국표준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진공분야 최고 전문가이며, 유경화 연세대 교수는 나노소자분야 전문가로 유명하다. 김영기 미 시카고대 교수는 미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의 ‘테바트론 가속기를 이용한 CDF 실험 그룹’의 공동대표로 활약 중이다.

한국물리학회에 소속된 여성 회원은 약 1000명이며,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여성위원회에는 위원장 박영아 명지대 교수, 지난해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한 서은경 전북대 교수 등 15명이 활동하고 있다.

화학 분야의 오세화 박사는 국내 최초로 ‘염료염색가공연구실’을 설립해 수입에 의존하던 섬유염료의 국산화를 성공시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정명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치매 치료제 연구 분야의 권위자이다. 백명현 서울대 교수는 원하는 크기의 분자만 통과시킬 수 있는 거대 분자 제조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김은경 한국화학연구원은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를 개발한 공로로 2001년 ‘제1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다.

수학 분야의 경우 광복 직후 경성대학(서울대학교 전신)에서 재직하며 이 분야를 개척한 홍임식 교수이래 고계원 한국여성수리과학회 회장이 ‘2005년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자’ 10인에 선정됐고, 이혜숙 이화여대 와이즈거점센터 소장은 여성 과학인재 발굴 및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최영주 포항공대 교수는 2002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대한수학회로부터 논문상을 받았다.

공학 분야는 2000년 들어서 여성 인력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청의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98년 공학계열 학사 비율이 12.2%였으나 2001년에는 18.7%로 늘었다. 특히 박사 인력의 경우 98년 2.7%에서 2001년 5.6%로 2배 이상 늘었다.

현재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과학기술인으로는 윤송이 SK텔레콤 상무, 김현진 서울대 교수, 김미선 에너지기술원 박사, 김경미 정보통신부 산하 전파연구소 박사 등이 있다. 윤송이 상무는 25세 때 미국 MIT에서 한국인 최연소 박사 취득이란 기록을 세웠다.

김현진 교수는 29세에 서울대 공대 기계항공학부 교수가 됐으며, 김미선 박사는 신에너지를 개발한 공로로 2003년 ‘제3회 올해의 여성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다. 김경미 박사는 2003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방송품질평가 표준회의에서 부의장으로 선출돼 오는 2009년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김지영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회장은 “가사 부담, 육아 등 이중고를 겪으면서 연구활동이 제약받는 까닭에 아직도 대학, 출연 연구소 등에서 책임자급 여성 인력이 5%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개선하려면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네트워크화해 대형 과제를 해결하는 데 서로 협력하고 조직을 이끌 리더십을 배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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