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재난용 식품

재난은 일반적으로 인위적 재해와 자연재해로 나눌 수 있다. 원칙적으로 인재는 예방할 수 있으나, 현재의 기술로는 천재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권위 있는 지리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세계의 10대 자연재해를 지진, 홍수, 우박, 태풍, 산사태, 토네이도, 해일, 화산 폭발, 산불, 겨울 폭풍으로 분류하고 있다. 태풍의 경우를 예로 들면, 미국의 경우 1940년대 경제 손실이 50억 달러(94년도 가치) 미만이었는데, 90년대에는 7배인 350억 달러(94년도 가치)라고 한다. 따라서 자연재해에 의한 손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판단된다.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경우처럼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물적 피해뿐만 아니라 수천 명 이상에 이르는 인명 피해, 고립된 지역 내의 약탈과 방화, 총격전 등의 무법과 혼란 상태가 계속되고, 살아남은 이재민들은 하수와 폐기물로 오염된 생활 환경과 더러운 식수, 부패한 음식물 등으로 후속적으로 뒤따라오는 전염병이라는 제2의 재앙과 싸워야 한다. 이들 이재민에게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피난처, 깨끗한 식수와 음식, 의류를 공급하는 것이며, 또 당뇨병과 심장병 같은 만성 질환자들이 일상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의약품의 공급도 필요하다. 피해지역 물은 하수와 배설물, 쓰레기, 유독성 석유화학 제품들과 뒤섞여 심하게 오염된 상태이나 이 물을 마시지 않고, 이 물이 치료받지 않은 상처 부위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러한 제2의 재앙은 최소화할 수 있다. 우선 물은 끓이거나 소독 처리한 뒤 마셔야 하며, 일상적인 도구도 소독 처리한 뒤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위급하고 쉽게 조리할 수 없는 상황에 필요한 것이 위생적으로 안전한 재난용 식품이다. 이들 재난용 식품의 특징은 휴대하기 편하고, 짧은 시간 내에 조리,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어야 하고, 위생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통조림과 같이 식품을 가열 및 살균하여 멸균상태로 금속 깡통에 넣어 밀봉해서 장기간 보존할 수 있도록 가공한 식품의 경우가 이에 적합하다 할 수 있다. 매년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의해 이재민들이 고립되는 경우가 생긴다. 태풍으로 인해 일어나는 정전 사태는 식품 안전에 아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곤 한다. 특히 부패하기 쉬운 식육, 우유, 달걀, 수산물이 냉장·냉동되지 않을 때는 식중독이 유발되기 쉽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도 별도로 유통기한이 긴 식품을 구입해 저장하는 것이 좋다. 유통기한이 1년 이상 되는 식품으로는 참치통조림, 식육통조림, 통조림에 든 야채 수프, 과일 주스, 채소 등과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레토르트 죽 제품이다. 또한 식수로서 먹는 샘물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미국 유타주의 모르몬교 신도들이 자기 집의 지하실에 이런 장기 보관이 가능한 식품(주로 통조림 제품)을 보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