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 없는 상의·천연소재 섬유선택

오늘 환경부 장관과 협의할 일이 있어서 몇몇 단체대표와 함께 청사로 방문했다. 나는 시원한 긴 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갔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정장을 했다.
이번 초여름에 정부관료들이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넥타이를 안 매기로 결정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노 타이를 할 경우 외온을 2도 낮게 느낀다는 내용도 알려주었다. 노타이를 한 정부 관계자, 정당 관계자들의 회의 모습도 많이 노출되었다. 이로써 나도 비정장에 동조하는 기분으로 이번 여름에는 치마, 바지, 티셔츠의 간편 옷차림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다.
내가 여름을 나는 옷차림에는 몇 가지 기본 방향이 있다. 바지보다는 치마다. 바지의 두 가랑이는 다리를 한 겹 싸고 있어서 덥다. 그러나 치마는 통풍이 잘 되어 더위를 좀 덜 느끼고 간편하다. 티셔츠는 노 브라가 어렵다. 유두를 안 드러나게 하고 반듯한 모양새를 위해 브래지어는 하되 얇고 통풍이 좋은 감으로 고른다. 나는 몇 년 전에 반팔 면 와이셔츠 몇 개를 맞추었는데 앞가슴 양쪽에 포켓을 달았다. 노 브라에는 안성맞춤이고 입으면 그리도 편하다. 내 생각에는 노 브라가 노 타이보다 더 시원함을 줄 것 같은데, 아마도 3도 정도?
여름에는 깃이 없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추운 겨울, 목에 목도리 하나만 두르면 온 몸이 따뜻해진다고 하는 것은 바로 여름에 깃이 없는 옷이 그만큼 몸 온도를 낮추어 준다는 계산이 틀림이 없다 할 것이다.
섬유를 가려서 입는 것도 바깥 기온을 내가 조절하는 방법이 된다.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은 땀을 흡수하지 않으므로 몸을 찜통으로 만든다. 반면 면, 옥양목, 모시, 삼베, 아사, 실크 등은 습기를 잘 흡수해 더위를 가시게 하는 기능을 한다. 겉감보다 안감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대개 겉감은 고급이라도 안감은 싼 것으로 하기 때문에 폴리에스테르 또는 나일론 종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겉감이 통풍이 잘 되어도 안감에서 열을 발산하지 못하도록 하면 더위를 심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여름 속옷을 위한 몇 가지 고려가 필요하다. 여름에는 속치마보다 짧은 바지 속곳이 좋다. 치마 안이나 바지 안에 면, 모시메리 등의 소재가 받쳐주면 다리가 덜 덥고 다리 살끼리 부딪쳐서 끈적거리는 것도 막아준다. 속옷 윗도리로는 면 통조끼를 마련해 살 위에 바로 받쳐 입으면 어떤 안감을 쓰든 이 통조끼가 살과 겉옷 안감을 차단해 습기도 빨아들이고 바람도 통하게 한다.
더하여 맨다리에 맨발을 하고 샌들이나 앞 터진 구두를 신고 빨간색 페디큐어를 한 발톱을 살짝 보이게 하면 아름답고 시원한 느낌까지 줄 수 있다.
남자는 넥타이, 여자는 브래지어를 집어던지기만 해도 여름은 견디기가 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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