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명 발표
“형사 변론이라도 피해자에 2차 피해 가할 수 없다는 원칙,
동료인 조 변호사에게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해 아픔 느껴”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류삼영, 조수진 후보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류삼영, 조수진 후보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였던 조수진 변호사가 성범죄자 변호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것과 관련해 그가 사무총장을 지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변론 과정에서 피해자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 ‘성실한 변론 수행’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도 “큰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23일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조수진 후보의 자진 사퇴에 부쳐’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같이 말했다. 조 변호사는 민변 회원이자,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이다.

민변 여성위는 “여성위는 여성인권 옹호를 위해 오랫동안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고 지원해 왔다”며 “형사사법절차에서 ‘강간통념’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강간통념이란 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해도 실제로는 성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념으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권리이고 다수의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그 자체가 변호사 윤리를 위반했거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성실한 변론 수행’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가해자 변호 시장과 피해자를 공격하는 반여성적 논리를 채택한 성공적 변호의 홍보는 역설적으로 미투운동의 성과이다. 성범죄는 오랫동안 과소신고됐던 암수범죄였다”며 “변호사업계는 신속하게 시장화해 결과적으로 과잉사법화했다.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허용되는 변론의 범위에 대해 윤리적인 경계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력화하는 영리 추구 행위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이들은 “변호인의 형사변론이라고 해도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고 2차 피해를 가할 수 없다는 원칙을 동료인 조 변호사에게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데 아픔과 큰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 사퇴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더욱 무겁게 절감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또 “최근 일련의 공천 논란은 조 변호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은 법률전문가 직역과 공직에서 요구되는 윤리기준에 대한 재확인이자 교훈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2일 오전 12시 46분 조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가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것은 변호사 시절 다수의 성폭력 피의자를 변호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변호사는 가해자들을 상대로 ‘강간 통념’(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해도 실제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념) 개념을 활용하라,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으로 하면 유리할까’ 등 성범죄자의 처벌을 감경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또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여아를 성폭행해 징역 10년을 받은 체육관 관장을 변호했다. 판결문을 보면 당시 조 변호사는 2심 재판에서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며 피해 아동의 아버지가 가해자일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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