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농협 여성 사외이사 24.3% → 30.8%
금감원 지배구조 개편 주문에 이사회 개편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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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가 3월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렸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성별 다양성 등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한 영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외이사만이 아니라 사내이사 즉 C레벨의 내부 여성 임원도 육성해야 특정 성(性)에 편향된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7일 여성신문 분석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해 24.3%에서 올해 30.8%로 6.5%포인트(p) 증가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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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9명 가운데 12명이 여성이었다. 지난해 9명에서 3명이 더 늘었다. 전체 사외이사 수도 37명에서 39명으로 2명 늘었다.

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는 여성 사외이사를 각각 1명씩 더 선임했다. 하나‧우리 금융지주는 이사회 구성원을 각각 1명씩 늘렸다. 농협은 지난해와 같은 수의 여성 사외이사 수를 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 KB‧하나‧우리는 지난 22일, 신한은 26일 주총을 진행했다. 농협은 오는 29일 주총이 열린다.

(사진 왼쪽부터)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인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KB금융지주
(사진 왼쪽부터)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인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KB금융지주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설립 이래 처음으로 첫 여성의장을 맞이한 KB금융은 사외이사 중 여성비율도 금융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42.9%)가 여성이다. 권 의장 외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가 여성 사외이사다. 

(사진 왼쪽부터)김조설 일본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신한금융지주
(사진 왼쪽부터)김조설 일본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신한금융지주

가장 큰 폭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늘린 곳은 신한과 우리금융지주다.

신한금융지주는 9명 중 2명(22.2%)이던 여성 사외이사를 3명으로 늘렸다. 사외이사 여성 비율은 33.3%로 증가했다.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은 김조설 일본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 윤재원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다.

신한은 이사회 의장으로 윤재원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14년만에 역대 두 번째 여성 의장을 맞이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0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던 적 있다. 

(사진 왼쪽부터)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우리금융그룹
(사진 왼쪽부터)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은 지난해 6명  중 1명(16.7%)에서 올해 7명 중 2명(28.6%)으로 늘어났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여성 사외이사다.

원숙연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윤심 전 삼성SDS 클라우드사업부 부사장 ⓒ각 사 제공
원숙연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윤심 전 삼성SDS 클라우드사업부 부사장 ⓒ각 사 제공

하나금융지주는 8명 중 1명(12.5%)에서 9명 중 2명(22.2%)으로 여성 비중을 늘렸다. 원숙연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윤심 전 삼성SDS 클라우드사업부 부사장이 선임됐다. 

현재 사외이사 7명 중 2명, 28.6%가 여성인 NH농협지주는 이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다. 사외이사 중 여성은 서은숙 상명대학교 교수, 하경자 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다.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을 높인 건 금융당국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1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지주, 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성별 다양성 등 지배구조 개편을 주문한 적 있다. 또한 이를 앞으로 지배구조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원장은 은행권 전체 이사 중 여성 이사 비중이 약 12%이며 여성 이사가 없는 은행도 8개에 달해 최근 강조되는 젠더 다양성이 크게 미흡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최근 글로벌 금융사의 성별 다양성(gender diversity)는 크게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 전체 이사 중 여성비율은 시티(CITI)가 53.8%, 웰스파고가 38.5%,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5.7%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감독대상인 유럽은행의 여성 이사 비율이 평균 34%에 달하는데도 여전히 젠더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복수의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주문한 대로 ‘은행지주, 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로드맵 관련 내용을 제출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반기면서도 지배구조에 다양성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려면 사내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에서 여성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전체 이사회에서 여성 비중은 평균 12%였다.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은 “금융지주 여성 사외이사 증가는 지배구조가 그만큼 다양화되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사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평가할 때 그동안 기후 위기에 초점을 맞춰왔다”면서 “이제는 사회(S)와 지배구조(G)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뿐 아니라 사내이사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정구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사내이사로 회사 내 맥락을 잘 알고 C레벨로서 회사의 미래에 대해 결정할 수 있어야 여성 리더가 지배구조에 들어가야 한다”며 “금융권은 여성이 내부에서 C레벨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인재 육성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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