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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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척의 배

이 책은 고대 신화를 여성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흔히 서구 문학의 효시이자 ‘전쟁과 전사, 남성과 남성성의 토대를 닦은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런 평가가 전적으로 부당한 것은 아니나 『천 척의 배』는 지금껏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에서 다뤄지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의 영웅성과 서사성에 주목해 이 전쟁의 진정한 참상을 낱낱이 그려낸다.

나탈리 헤인스/홍한별 옮김/돌고래/2만2000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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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실례

무거운 슬픔에서 경쾌한 웃음을 길어 올리는 스탠드업 코미디언·글쓰기 소상공인 양다솔이 에세이로 돌아왔다. 저자는 어떤 일도 관성적으로 하지 않는다. 북토크에서는 독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글방 마감에 늦은 사람에게는 ‘성대모사’라는 유쾌한 벌칙을 내린다. “어제의 울 일은 오늘의 웃을 일이 된다”며 저자는 슬픔으로 심어져 웃음과 용기를 틔워 내는 이야기를 골라 모았다.

양다솔/은행나무/1만7000원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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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향해 달리다

이 책은 ‘우리도 사랑일까’, ‘위민 토킹’ 등으로 아카데미상 수상 감독 세라 폴리의 첫 에세이다. 『위험을 향해 달리다』는 ‘위험’으로 감지되는 오래전의 경험, 이미 형성된 기억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치열하고 정교하게 탐구하는 책이다. 폴리는 이를 통해 기억을 새긴 몸으로 생존하는 법, 무너진 삶을 회복하고 성장하는 법에 대한 깨달음을 전한다. 그것은 바로 제목에서 말하듯 고통과 상처와 위기를 피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세라 폴리/이재경 옮김/위즈덤하우스/1만8000원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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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기 때문에

나태주 시인이 여든을 기념한 산문집을 출간했다. 반세기 넘게 다듬은 시심과 진심, 암 투병뿐 아니라 여러 죽을 고비를 넘기며 다잡은 근심과 중심, 이 세계를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이끄는 말소리와 발소리가 담겨있다. 시인을 꿈꾸던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에서 43년간 아이들과 더불어 살던 교직 시절, 투병 시절을 거쳐 날마다 유언 같은 글을 쓰며 살아가는 오늘의 삶이 충만하게 깃들어 있다.

나태주/김영사/1만7800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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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게 뭔지 아세요

“한때는 나도 다정해지고 싶었는데 내가 아닐 수도 있다.” 2019년 창비신인시인상 최연소 수상자였던 한재범 시인의 첫 시집이 발간됐다. 그의 시는 직관적인 이해를 의도적으로 비틀며 일종의 읽기 과제를 부여한다. 있음과 없음, 존재와 존재의 부재가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얽히고설킨 문장들은 어느새 출구가 여러 개인 언어의 미로를 만들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사건들은 결국 선후를 종잡을 수 없게 된다.

한재범/창비/1만1000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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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

모두가 옳지만 아무도 승리하지 않는 현대 공동체가 당면한 비극을 그렸다. 지중해의 작은 섬마을 주민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 세 구에 평화를 잃는다. 죽음을 없었던 일처럼 침묵하길 바라는 시장과 진실을 밝히려는 외지인, 난데없이 나타난 정체불명의 경찰 등으로 모든 사회적 결속력이 무너진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재고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결속과 통합이 필요한 현대 사회에 고민을 던진다.

필리프 클로델/길경선 옮김/은행나무/1만 6800원

ⓒ보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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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떠러지 끝에 있는 상담소

조현병에 의한 살인, 은둔형 외톨이, 왕따, 우울증, 공황장애 등이 증가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심리상담사로 현장에서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저자는 경쟁심과 욕망, 물질에 대한 집착에 마음을 돌볼 기회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6개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고,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그리며 치유를 통해 삶을 재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이지연/보아스/1만 6800원

ⓒ책과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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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싫은 날에

불안하고 예민한 나에게 권하는 아주 사적인 처방전.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자꾸 멈춰 있는 것 같아 내 모습이 싫어질 때가 있다. 저자는 그런 때일수록 나를 보듬고 지키려는 마음을 세우고 더는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힘들고 슬프고 주저앉게 만드는 것들과, 그럼에도 내게 용기를 주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들에 관한 담담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조용한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현요아/책과이음/1만 6800원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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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아버지를 부탁해

70대 우파 아버지를 간병하게 된 40대 좌파 딸의 돌봄 에세이. 평범한 가족이 정치 성향 차이 등으로 인해 겪는 에피소드들과 돌봄 노동을 둘러싼 가족 간의 새로운 균열, 의료 현장의 모순을 이야기하며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통찰을 끌어낸다. 정치 갈등과 노인 혐오가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저자는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배제당하기를 거부하고 용기를 내 자신의 우파 아버지를 부탁한다고 속삭인다.

김봄/메디치미디어/1만 7000원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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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들

노동, 환경, 젠더, 인간의 부조리를 한데 모아 그려냈다. 자신의 목줄을 죄고 있는 학자금 대출을 단기간에 갚고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주인공은 대형 석유 회사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캠프 공구실에 자리를 얻는다. 그곳은 차별, 고립감, 환경 파괴 등이 너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최악의 일터였다. 더 높은 임금을 받고자 더 고립된 작업장으로 옮기지만, 그곳에서 목격한 것들은 그의 삶에 깊은 트라우마를 새겨놓는다.

케이트 비턴/김희짐 옮김/김영사/2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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