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극인 57.7% 성희롱·성폭력 경험있어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019년 4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윤택 항소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019년 4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윤택 항소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출현한 오영수씨가 15일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에 대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를 시작으로 2018년 2월 연극계를 휩쓸었던 미투 고발의 여파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배우 8명을 23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결국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을 판결 받았다.

극단 ‘목화’를 이끈 극작가이자 연출가 오태석씨는 2018년 연출가와 자신의 극단 출신 배우들을 성추행했다는 미투 폭로가 나온 후 은둔하다 2022년 사망했다.

배우 조민기씨는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2018년 2월 터져 나왔다. 조씨는 경찰 조사 출석을 사흘 앞둔 2018년 3월 9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배우 조재현씨는  2018년 2월 미투 운동을 통해 여러 명으로부터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자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미성년자 때 조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는 2021년 1월 재판부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1심에서 패소했다. 

배우 오달수씨는 2018년 2월 과거 연극 무대에서 함께 활동했던 여성 배우 두 명으로부터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으나 경찰은 내사를 2019년 초 종결했다. 당시 보도를 종합하면 부산지방경찰청 측은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공소시효가 만료돼 내사를 종결한 것이라고 언론에 설명했다.

2018년 이후에도 연극계 미투 고발은 계속 이어졌다. 2022년 6월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을위한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광주 지역 극단 대표·연출 A씨와 그의 아내 B씨, 다른 극단 대표·배우 C씨 총 3명이 2012~2013년과 2016년 배우 2명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은 지난해 8월 검찰에 기소됐다.

한국여성민우회는 15일 오영수씨 공판 이후 수원지법 성남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력은 '호의'와 '친분'으로 무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다인 기자
한국여성민우회는 15일 오영수씨 공판 이후 수원지법 성남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력은 '호의'와 '친분'으로 무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다인 기자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해진 오영수씨는 지난해 2월 성추행으로 고소됐다. 오 씨는 2017년 대구의 한 산책로를 걷다가 A씨를 끌어안고, A씨의 주거지 앞에서 A씨 볼에 입을 맞추는 등 2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6 단독 정연주 판사는 15일 공판을 열고 오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같은 날 오영수씨 공판 이후 수원지법 성남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력에 관대한 문화 속에서 조증윤, 이윤택, 하용부, 조민기 등은 연극계 내 자신의 영향력과 권위를 이용해 성폭력을 가했다”고 했다.

이어 “이들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이 사건의 피해자처럼 가해자들에 비해 나이, 연기경력, 극단 내 영향력 등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며 “연극계 성폭력은 연극계에 널리 퍼져 있는 성차별적 문화와 위계질서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성 연극인 절반 이상이 성희롱·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의 201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57.7%였다. 가해자는 선배예술가 64.9%, 기획자 및 감독 52.5%(복수응답)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예술계 특유의 분위기’(64.7%)가 꼽혔다.

한편, 오징어게임2에는 오달수씨의 출현이 확정돼 첫편의 오영수씨에 이어 속편에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들이 출현했다는 오명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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