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 발표
여성 주연 활약 돋보였으나 나머지 직종 성비 불균형 계속돼
상업 영화 고예산‧남성 중심 지속…여성의 상업 영화 진출, 다양성 재현 퇴보

배우 전도연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스틸.
배우 전도연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스틸.

코로나19 이후 한국영화 생태계에서 여성 창작 인력의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화계 전반적인 투자와 제작이 위축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세계 여성의 날(매년 3월 8일)을 맞아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스크린 밖 창작 인력에 대한 통계 분석과 스크린 안 캐릭터 분석을 통해 성별뿐 아니라 성 정체성, 인종, 국적 등 다양성 재현에 대한 연구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한국 영화 183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 감독은 49명(22.8%), 제작자 77명(24.8%), 프로듀서 71명(31%), 주연 81명(40.7%), 각본가 67명(30.7%), 촬영 감독 18명(8.1%)으로, 전년 대비 감독·제작자·각본가는 증가하고 프로듀서·주연·촬영 감독은 감소했다.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상업 영화 35편만을 살펴보면, 여성 감독 1명(2.7%), 여성 제작자 22명(23.9%), 여성 프로듀서 13명(23.6%), 여성 주연 9명(25.7%), 여성 각본가 12명(21.8%)으로 전년 대비 제작자·프로듀서·주연은 증가하고 감독·각본가 수는 감소했으며, 촬영 감독은 0명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지난해 공개된 OTT 오리지널 영화 7편 중 여성 감독과 촬영 감독은 0명, 제작자 4명(50%), 여성 프로듀서 3명(37.5%), 여성 주연 5명(83.3%), 여성 각본가 1명(16.7%)으로 전년 대비 여성 감독과 각본가 수가 감소한 반면 주연은 크게 늘었다.

김보람 감독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김보람 감독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코로나 이후 상업 영화 성비 불균형 추세 계속

보고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2017~2019년)과 비하면 전반적인 성비 불균형은 완화됐으나,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상업 영화에서는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해 팬데믹으로 개봉이 늦춰졌던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며 고예산·남성 중심의 상업 영화가 주요 흥행작을 차지했는데, 최근 몇 년 간 독립‧예술 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과 달리 고예산‧상업 영화에 참여하는 인력의 성비 불균형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여성 캐릭터, 양적으로 증가했으나 성별 고정관념 벗어나지 못해

연구진이 스크린 안에서 재현되는 성평등 수준을 평가하는 벡델테스트와 성 전형성을 평가하는 스테레오타입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흥행 30위 작품 중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12편으로 전보 증가함과 동시에 스테레오타입 테스트에 해당되는 작품 편수 13편으로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여성 캐릭터들이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서사적으로는 성별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한국 영화에서 성소수자, 장애인, 인종 등을 반영한 다양성 테스트 수치는 2022년과 비슷했지만, 지난 5년 평균치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2016년 이후 한국 영화 창작 인력과 서사의 성별 불균형은 다소 개선되는 듯 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퇴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영화계 전반적인 투자가 축소되고 제작이 위축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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