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실 부실장 이력으로 ‘사천’ 논란 일자
유일한 여성전략특구→경선… 바꾼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긴급 현장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최근 불거진 사천 논란에 대해 비판했다.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긴급 현장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최근 불거진 사천 논란에 대해 비판했다.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이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의 전략공천 결정을 취소하고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일한 ‘여성전략특구’가 여야의 정치 공세에 밀려 결국 경선 지역구로 바뀌었다.

이번 사천 논란은 권 후보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당 선거대책위원회 배우자실 부실장을 지낸 이력을 여권에서 문제 삼으며 번졌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당대표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공천이 아니냐”고 공세를 펼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혜경 비서를 공천했다”, “사천의 끝판왕을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것 같다” 등으로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악의적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배우자실 부실장은 권 후보를 포함한 4명으로 구성됐고 권 후보의 전체 경력에 비춰 극히 짧은 기간 활동했으며, 김씨를 수행하는 ‘개인 비서’로 활동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6일 한 위원장과 한 언론사 기자를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여야의 정치 공세 과정에서 권 후보의 이력은 ‘비서’로만 치환됐다. 그는 약 25년간 민주당에 몸담은 베테랑 당직자다. 디지털미디어국장, 여성국장 등 주요 당직을 거쳤다.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국회부의장 비서실장 등 충분한 경력을 갖췄고, 당직자 몫으로 공천 받았다.

전남 지역에선 지난 46년 동안 단 한 명의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이 나오지 못한 여성 정치 불모지다. 권 후보는 공천을 받고 “유리천장을 깨고 이번 총선에서 전남 최초 여성 국회의원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을 받은 권향엽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예비후보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에 전략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권향엽 선거사무소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을 받은 권향엽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예비후보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에 전략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권향엽 선거사무소

민주당도 권 후보를 여성 전략공천한 배경에 대해 “전남 지역에서 역대 여성 국회의원이 배출된 바 없었던 점, 이번 총선에서도 여성 후보의 경선 참여 등 공천이 전무했던 점, 당헌당규에 존재하는 여성 30% 공천 조항 등을 고려해 공천관리위원회와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권 후보를 전략공천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권 후보는 전략공천 철회를 당에 요청했다. 민주당은 권 후보의 요구를 반영하는 모양세를 취하며 곧바로 경선을 결정했다. 그간 사천 논란에는 침묵했던 이재명 대표는 이번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내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도 곧바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략공천을 백지화하고, 국민경선을 결정했다. 권 후보는 현역 서동용 의원과의 경선을 치러야 한다.

여야의 22대 총선 지역구 공천을 두고 이른바 ‘오남자’(50대‧남성) 공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현재 공천이 확정된 여야 후보들의 평균 연령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58.2세, 56.5세로 나타났다. 후보자들의 성별 비율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여성이 각각 24명(12.1%), 민주당은 여성이 30명(17.1%)으로 여성 후보자들의 비율은 턱없이 낮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청년·여성 우선 공천’을 내세웠지만 또다시 선언으로만 그칠 가능성도 점춰지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은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및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각각 전국 지역구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당헌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하지만 여야 공천이 별다른 혁신 없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22대 국회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1대 국회(18.5%, 2020년 당시)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여성에게 가점을 부여하거나 우세 지역에 여성 후보자를 전략공천하는 등 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여성 대표성을 늘리기 위한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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