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전체 수협 조합원 약 35% 여성
여성 조합원 57% 해녀 등 신고어업 종사
‘올해의 수협 대상’ 처음 제정
“수산물 소비 늘리는 데 집중” 계획 밝혀
“성과 위주 평가, 여성 임원 진출 늘어날 것”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어업인이 부자 되는 어부(漁富)의 세상’.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꿈꾸는 세상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그는 어업인 소득 증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전체 수협 조합원 중 여성은 35%가 넘는다. 여성 조합원 중 약 57%가 나잠(해녀) 어업, 맨손 어업 등 신고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해부터 전문 어업인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여성어업인 육성조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수산업계와 어업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업인을 가장 존경하고, 어업인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노 회장은 복합점포 확장을 비롯해 수산업계 수익 창출에 대해 강조했다. 대담=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진행=이하나 편집국장, 김민정 기자 

“농업처럼 수산물 생산량 보전해 줘야”

-수협중앙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작년에도 원전 때문에 일어났던 일이죠. 제일 중요한 게 수산물을 잡아도 소비가 안 되면은 곤란하죠. 피해는 고객에게 가는 거예요. 수산물 소비를 작년처럼 활성화해 소비 위축이 안 되게끔 해주는 정책 다음에 동‧서‧남해가 기후 변화 때문에 생산량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동해안은 기후변화 때문에 오징어가 안 난 지가 3~4년이 넘어가거든요. 두고만 보다가 정부가 정신 차린 거예요. 예를 들어 생산량이 100이라 했을 때 50대가 된 게 아니겠습니까. 농업 분야처럼 줄어든 50에 대한 보전을 해줘야죠.”

-수산물 생산량을 보전해 주는 법은 없는지, 그에 관한 생각은.

“수산물 생산량이 줄었을 때 보전해주는 법이 없어요. 수산물 생산량이 적을 때 지원을 해주거나 어업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지원해서 어업인이 어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줘야 해요. 수협도 그런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죠. 세제 혜택이나 전기세 등 정부도 뒷받침해야 해요. 한전 적자도 있고 이런 제안이 조심스럽긴 합니다. 해양수산부나 정부, 전문가가 보는 관점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어업인의 이야기를 법안에 반영해야 해요. 바다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달라요. 수산업 현장 60%가 외국인인데 소통이 잘 안 돼요. 선주들과도 소통이 잘 안되는 데 매뉴얼을 만들어서, 교육하겠다 정도는 (정부에서)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어업인에게 고마운 건 과학자의 말을 듣고 수산물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소비를 권장했어요. 그 덕분인지 작년에 크게 영향은 없었습니다. 수산물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나 해수부에서 나서서 온누리상품권이라는 정부 재정 지원, 정치 인사를 비롯해 대통령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주고 하는 게 효과가 확실히 있죠. 전국 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세일즈한 덕분에 상황은 나아지고 있어요. 경제가 어려운 현실에서 위축되는 부분은 소비와 별개죠. 원전 오염수 방류는 3~4개월에 한 번씩 하는 데 그때마다 여론이 들썩거리면 걱정되죠.

정부가 바다와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체계를 구축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니까 소비 심리 안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제가 숱한 모욕도 당하기도 했지만, 어업인 100만명의 책임자인 제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지켰어요. 전국 어업인이 저 믿고 따라줘서 고마웠습니다. 제일 어려운 시기에 회장을 맡았습니다. 이름이 ‘노동진’이라서 그런지 일하는 걸 좋아합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수산업계가 바라는 부분도 앞으로도 계속 수산물을 믿고 먹을 수 있게끔 안전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또한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예산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게 수협중앙회의 설명이다. 수협은 학교, 기업, 군부대 급식과 마트 등에 수산 식품을 유통하고 있기 때문에, 수산물 방사능 검사에 대해 국가 공인을 받을 정도의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여성어업인 육성조합을 지원하고 있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여성 조합원은 35% 정도인데.

“우리 여성 어업인이 35%가 더 넘어가요. 여성 어업인이 생각보다 돈은 적게 법니다. 겨울 되면 굴을 박신(굴 껍데기 제거 작업)합니다. 그건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이어서 나이가 60~70세가 되도 여성 인력이 필요해요. 여성 어업인을 어떻게 지원해 줄 수 있는지 고민해 보자는 이유가 그거예요. 우리나라 전체 수산물 생산량을 보면 약 70%가 양식으로 생산될 만큼 잡는 것에서 기르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기후변화와 바다 개발로 어족자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산물 공급에 양식업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수산물을 가공·관광 등과 접목해 복합적이고 서비스 중심으로 바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런 전환의 중심에는 유통·가공·판매·서비스 등에 특화돼 있는 여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수협중앙회 창립 기념일은 4월 1일로, 노동진 회장은 ‘올해의 수협 대상’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중앙에서 1명, 회원 조합 1명, 조합장 1명에게 포상할 예정이다. 노 회장은 여성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성 어업인의 날에는 정부 장관 표창, 수협중앙회장 표창도 수여하고 있다. 그는 해녀의 일이 고되다 보니 지역마다 40대 미만 해녀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젊은 해녀 유입이 줄고 해녀 수가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업인 소득증대 유발 효과가 큰 수산물 소비 촉진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

“어업인은 바다에서 어획하고 길러진 수산물을 판매해서 얻은 수익을 주 소득원으로 하고 있으며, 수산물을 사서 먹는 수요가 많으면 많을수록 큰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수산업은 특성상 유류비나 인건비 등 경영비 부담이 높은 업종이기 때문에 충분한 소득을 올려야 이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어업 활동을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농가에 비해 어가에서 올리는 소득이 높긴 하지만, 어가의 부채 금액(5978만원)이 농가(3502만원)에 비해 1.7배나 높은 것만 봐도 수산물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큰 빚을 안아야 하는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수산물을 섭취하는 기회가 생기고, 자주 접하면 커서도 잘 먹을 수 있는 식습관이 생기죠. 어린이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식생활 교육을 갖는 방안도 올해 중으로 시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키즈 유튜브 채널과 협업해 수산물의 맛과 영양, 우수성을 알리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수산물을 활용한 만화, 교육자료, 홍보 물품도 보급할 예정입니다.”

-금융권 최초 상호금융-은행 복합점포를 개설하셨는데.

“저는 어업 현장에서 매일 아침에 고기를 잡으러 가는 어업인을 존경합니다. 어업 현장에서 노부부가 매일 고기 잡으러 가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어요. 어업인이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복합점포를 열었어요.

지난해 10월, 서울에 소재한 수협은행 3곳의 복합점포에서 9개의 회원 조합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개점 두 달 만에 대출 500억원을 달성한 뒤 연말에는 1000억원 가까운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더 만들어서 한 20개 만들 거예요. 내년에는 1년 반 트레이닝을 하고 나가면 30~40개 선순환적으로 돌아가면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수협중앙회는 조합의 경영개선이 선행돼야 할 문제로 수익성을 고려해 수도권에 영업점을 내고 싶어도 재정이 부담돼 개설하지 못하고 있는 조합이 많은 것에 착안했다. 중앙회 차원에서 규모가 작고, 재정이 열악한 조합을 중심으로 복합점포를 열게 해줌으로써 수도권으로 영업 기반을 늘려가면 수익 창출이 더 많아지겠다 싶어 복합점포를 만들었다.

노 회장은 협동조합의 근본 취지는 소수의 집단이 십시일반 투자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철학을 전했다. 그는 “우리 중앙회는 이익을 낼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며 “전국에서 나는 생선을 판매하거나 애로사항을 해결해 줘서 자회사인 은행에서 생기는 이익을 가지고 일선 수협에 돌려줘서 살아 나갈 수 있는 자생 능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협중앙회 목적은 어업인을 위해서 봉사하는 게 1번이라는 게 제 철학입니다.”

-수협중앙회에서 여성 임원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현재 임원과 같은 고위직에 여성보다 남성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남성 중심의 채용이 이뤄져 왔기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채용 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은 없고, 특히 승진에서 공정과 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뤄지도록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협중앙회 책임자(과장급 이상) 비율만 봐도 2017년 11.3%에서 지난해 16.5%로 매년 증가하고 있어요.

특히, 자회사인 수협은행의 경우 전체 구성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여성의 비율이 높고, 수협개발과 수협유통도 각각 40%, 57%로 여성이 많습니다. 채용이나 승진이 계속해서 성차별 없이 공평하고, 성과 위주로 평가해 이뤄지면 여성이 임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이 생길 것입니다.”

-올해 계획은요.

“후쿠시마 원전 문제 그 이전에도 수산물 소비가 크게 진전되지 못한 상태였기에 앞으로도 수산물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집중해 나갈 예정입니다. 동해 오징어 어획 자원 고갈처럼 연근해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감척하는 어업인에 대해서는 폐업 지원금을 현실화해 출구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양식업계에서 경영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전기료 인상 문제나 온누리상품권과 같은 수산물 할인 지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나 정부에 협조를 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노동진 제26대 수협중앙회장은?

노동진 회장은 창신대학 중국어학과를 졸업하고, 창원대학교 행정대학원 최고 관리자 과정을 밟았다. 제21대, 제22대 진해수협 조합장,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를 지냈고, 현재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이사,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분과위원장, 수협재단 이사장, 해난사고 유자녀 장학재단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2019년 산업포장, 2018년 자랑스러운 수협인상, 2012년 어업인 복지대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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