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습으로 칸 유니스의 건물 너머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습으로 칸 유니스의 건물 너머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13일(현지시각)로 131일째를 맞았다. 이스라엘 현대사에서 최장기 전을 치르고 있다. 

이스라엘의 극우강경파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는 구실을 내세워 팔레스타인 피난민들이 집결한 가자 남부 라파에 대한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향한 이스라엘군의 전면 공격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공격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토의에 참석해 "인질 석방 및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협상이 성공해 라파에 대한 전면 공격을 피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의 우려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피란민들이 밀집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가운데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민간인 학살과 인도주의적인 우려를 제기하며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이후 지지율 하락에 강경파들에게 떠밀려 강경노선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나약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 전쟁이 가장 불투명한 요소라고 분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네타냐후 총리는 총리직 유지를 위해 전쟁을 이용하거나 이용당하고 있지만 안팎으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바이든 "라파 시민들 보호해야"

가자 남부 라파의 팔레스타인 난민촌 ⓒ로이터 연합뉴스
가자 남부 라파의 팔레스타인 난민촌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라파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계획 없이 진행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워신턴에서 압둘라 2세 국왕과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라파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은 100만명이 넘는 피난민들에 대한 안전과 지원을 보장할 신뢰할 만한 계획없이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그곳의 많은 이들은 북쪽에서 폭력을 피해 여러차례 피난을 떠났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처음부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에서 강제로 이주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압둘라 2세 국왕도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이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라파로 밀려난 100만명이 넘는 이들에게 또 다른 인도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압둘라 2세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게 둘 수는 없다. 지속적인 휴전이 당장 필요하다.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꾸준히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작전에 대한 우려를 밝혀왔다. 이날 공동회견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다시 강조했다.

미국은 그간 즉각적인 휴전 요구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압둘라 2세 국왕이 백악관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내도록 둔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성 조치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약 45분간 전화회담을 진행했고, 피란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계획 없이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실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죽은 자들이 우리보다 낫다"

가자지구 라파의 난민촌에서 구호 식량을 기다리는 피난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라파의 난민촌에서 구호 식량을 기다리는 피난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BBC는 라파주민들이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어떤 공격도 무서운 것이며 많은 민간인들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는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의 절반 이상인 140만명이 피난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파에는 전쟁 전 25만명이 살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곳의 많은 사람들은 북쪽의 폭력을 피해 여러 번 난민이 되었고, 이제 그들은 라파에 가득 차 있다. 취약하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은 보호받아야 한다. 우리는 또한 처음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에서 강제로 추방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라고 강조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라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면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파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모하마드 자말 아부 투르씨는 CNN에 "라파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가자시티에서 일어난 일이 라파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우리가 가자시티나 칸 유니스, 엘 누세이라트에 가면 라파에서 우리에게 제공되는 물자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가자시티에서는 깨끗한 물을 찾을 수 없다. 그들이 풀을 먹고 있다는 말을 계속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자 북부 알샤티 난민촌에서 쫓겨난 마흐무드 칼릴 아메르 씨는 라파의 공동묘지 근처 텐트에서 머물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살아 있다고 산것이 아니다. 죽은 자들은 우리보다 낫다"라고 말했다.

압둘 카림 알 카시어 씨는 CNN에 "우리가 살던 곳은 황무지로 변했다. 지금 우리는 포위됐다. 우리는 북쪽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여기에 포위됐다. 매일 그 곳에는 순교자들이 있었다. 매일 포격이 있었다. 그 곳에는 배고픔이 있었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화장실에서 물을 마셔야 했다. 우리는 그 물을 마시고 아이들에게 물을 마시게 해야만 했다. 음식도, 마실 것도 없었다" 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가자의 남쪽 가장자리에 있는 라파는 현재 텐트의 도시이며, 몇 년 만에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난 중 하나의 진원지이라고 보도했다.

전쟁과 정치, 물류의 치명적인 결합은 긴급 지원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네타냐후 개XX"

[텔아비브=AP/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스라엘 곁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텔아비브=AP/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스라엘 곁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오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를 갖고 "군사작전이 라파에 피난해 있는 1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의 안전, 지원을 보장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고 실행 가능한 계획" 없이 지상전이 진행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도를 넘었다"말했다.

이스라엘군은 그날 밤 라파를 공습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74명이 숨졌고 하마스는 1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대규모 공습 계획에 대한 비판에 "전쟁에 지자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ABC방송 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라파에 대한 대규모 작전 철회는) 재고의 여지도 없는 이야기"고 말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라파에 진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전쟁에서 지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거기에 그냥 두자는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까지 매우 성공적이었고 앞으로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점점 커지는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미 CNN과 NBC 방송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바이든은 사석에서 이스라엘로부터 휴전 합의를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으나 네타냐후가 자신을 "심하게 괴롭히고 있고 그를 다루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일부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가리키는 언급이 솔직하고 직설적이어서 놀랐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이 사람'(this guy)으로 칭하면서 경멸 섞인 언급을 하거나 '개XX'(asshole)라는 욕설까지 사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술을 완화하라는 조언이 무시된 데 깊은 짜증을 표시하는 등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생각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들은 이제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나 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대중의 비판을 좌시할지가 문제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와 외부 자문위원 등 19명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을 둘러싼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깊다고 전했다.

정쟁이 된 전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이날로 131일째를 맞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정치권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전쟁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가장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비판론자들은 이스라엘에서의 폭력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에 돌리기 위해  줄을 서있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의 동결자금 60억 달러를 해제한 것이 '약한 미국'의 신호였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24년 바이든의 가장 큰 문제는 나이나 흔들리는 기억이 아니라 바로 이스라엘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린지 그레이엄 알래스카주 상원의원(공화당)은 “나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 팀에 대한 신뢰를 오래전 잃었다”며 “이란의 대리인들에 대한 공격으로는 이란을 억제할 수 없다. 이란 내부의 중요한 목표물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란의) 최전방 대리인들뿐만 아니라 그 후원자인 이란에도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같은 당 톰 코튼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은 “바이든은 총사령관이 될 자격이 없는 겁쟁이”라고 퍼부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을 두고 "도를 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가자를 둘러싼 민주당 의원들의 분노와 반발를 반영한 것이다.

휴전에 지지하는 시위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바이든의 몇몇 행사를 방해했고, 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스라엘 노력에 점점 더 비판적이 되고 있으며, 일부는 이스라엘 지원에 조건을 붙이려 하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은 소수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성향의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이들은 오는 11월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50%가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어쨌든 바이든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믿는 많은 민주당원들이 있지만, 바이든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는 유권자도 상당수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직이 바이든보다 훨씬 더 나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면 그 유권자들은 흔들릴 것 같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그러나 선거가 임박할 경우 투표용지의 맨 위를 비워두기로 선택하거나 아예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현대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랜 전쟁은 이스라엘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공방을 불러왔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 전쟁과 인질들에 관한 기념비적인 결정의 정점을 맞고 있으며 비상 내각은 점점 더 분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계속하기로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 전쟁은 결정적으로 승리하지는 못하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당한 전쟁임을 확신하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비전투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무모한 공격이 아니라 천천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진행된다는 전제가 있다면 하마스가 완패하지 않더라도 하마스의 역량이 크게 낮아진다면 전쟁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전쟁 17주가 지난 지금 이스라엘은 전쟁의 지속여부와 인질 석방을 위해 지불할 대가, 가자의 미래, 그리고 이스라엘이 미래의 비무장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대가를 고려하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서방은 하마스 이후의 중동 지역을 위해 어떤 설계를 할 것인지에 대한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베니 간츠(이스라엘 법무부 장관)의 국민통합당을 포함한 전시내각이 지난해 10월 12일 출범하면서 서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결정을 해야한다.

채널 12가 2월초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누가 총리에 더 적합한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41%가 간츠라고 답했고, 23%가 네타냐후라고 답했다. 이는 이전 몇 주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나타난 것과 같다. 중요한 결정들이 갈등을 계속해 왔던 비상내각과 지지율이 낮은 총리의 손에 달려 있다.

최근 네타냐후에 대한 비판은 자신의 정치적인 미래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하지 않는데 대해 제기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최근 강경 행보는 국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네타냐후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이번 전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론적으로 지도자들은 개인의 정치적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하지 않고 결단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더 엉망이라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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