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탁의 R부자 칼럼 ⓒ여성신문
우병탁의 R부자 칼럼 ⓒ여성신문

건축법은 건축물의 대지·구조·설비 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해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건축법 제1조 목적). 구체적으로 어떤 땅 위에 주택을 포함해 각종 상업용 건물과 임시건축물까지 건물을 지을 때 지켜야 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리고 신축뿐 아니라 재축, 개축, 증축과 대수선, 리모델링 등 고쳐 쓰는 것까지 규율한다. 가장 대표적인 건축 관련 공법이기도 하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이 법령을 따라야 한다.

이법에서는 건물에 설치하는 전기·전화 설비는 물론 가스·급수·배수(配水)·배수(排水)·환기·난방·냉방·소화(消火) ·배연(排煙)과 오물의 처리 설비까지도 정의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법령과 하위 법규가 있다.

한편 이법 제18조에는 ‘건축허가의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은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주무부 장관이 국토관리 또는 국방이나 문화재 보존, 환경보전 또는 국민경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건축허가를 제한하거나 이미 허가를 받은 건축물의 착공을 제한할 수 있다.

중앙부처의 장관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도 도시·군 계획에 필요한 경우 마찬가지로 건축허가나 허가를 받은 건축물의 착공을 제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법과 유사한 다른 법률에 의해 건축 등이 제한되는 경우는 종종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이슈가 된 인천 서구의 왕릉 뷰 아파트 건도 이러한 경우다. 그리고 서울 4대문안에서의 건축이나 도시환경정비사업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유물 등 문화재 발견에 의한 제한도 이러한 범주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사실 문화재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법 제18조의 건축허가 등 제한에 의해 건축이 제한되거나 심지어 이미 건축허가를 받은 것의 착공이 제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법률이나 건축을 공부하고 투자하는 사람들조차 해당 조항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일반투자자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신속통합기획’ 진행되면서 실제로 이 법 조항에 의해 건축허가 등이 제한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됐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특별시장인 오세훈 시장의 3선 서울 시정 중요 정책 중 하나이다. 이 계획은 정비계획의 수립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지원계획(서울시 정비지원계획 신속통합기획 보도자료 참조)이다. 신속통합기획 대상 정비 지역은 서울 기초 지자체 여러 곳의 신청을 받아 지정됐다. 선정돼 지정된 곳 말고 탈락 지역도 다수 발생했다.

선정된 경우 외에 탈락한 곳도 향후 후보지로서 이 계획에 의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고 건축허가 등이 제한된다. 그중 한 곳에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가 포함돼 있다. 그리고 2022년 5월 법원 경매에 이곳에 소재한 단독주택 1건이 매물로 올라와 이를 경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지 9평으로 아주 협소한 땅 위에 단독주택 건물 1채를 포함해 경매가 진행됐다. 감정가가 약 1억 3000만원에 불과한 이 물건은 이후 유찰도 되지 않고 1회차 경매에서 무려 37명이 입찰했고 감정가의 236%인 3억 115만원에 매각됐다. 건축허가가 제한된 곳이고 건축허가를 이미 받았다고 해도 착공이 제한된 곳이지만 땅의 가치만으로도 이렇게 투자가 몰린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경매에서는 토지거래허가지역에서도 따로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 경매 매수자는 토지거래허가 없이 이 물건을 매수했다. 부동산의 가치는 건축허가와 착공이 제한돼 있다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제한이 돼있다 하더라도 연희동 경매물건의 경우와 같이 어떤 사안 인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두자. 투자를 할 때는 현상만을 볼 것이 아니라 어떤 현상의 근거가 어떻게 되는 지와 그 숨은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역시 공부다.

그리고 하나 더, 2023년 말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재개발 등 공모사업에 탈락한 곳 중 미선정지 40곳 약 2.13㎢에 대해서는 토지거래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미선정지 총 51개 지역 중 40개 지역은 해제되고 나머지 11곳은 2023년 11월 아직 허가 제도가 유지 중이다.

해제된 곳은 2023년 11월 16일 공고 후부터 허가 제한이 풀린다(서울시, 법령개정 등에 따른 토지거래허가구역 일부 조정 보도자료 참조, 2023.11.15). 서대문구 연희동은 2023년 6월 16일 이후 2024년 6월 16일까지 건축/착공 제한이 연장된 상태다. 위 경매물건이 착공 제한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쟁률과 매각가율을 상회하는 가치를 지니게 될지는 아직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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