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장애인당, 8일 서울역 귀성길 집회
“모든 시민들 가족 만나러 가는데 장애인은 못해
용어·표지 어려운 탓에 선거 참여도 어려워
명절·선거 등에서 장애인 소외되지 않는 세상 왔으면“

노동당·녹색정의당·새진보연합·진보당이 공동주최하고 탈시설장애인당이 주관하는 “탈시설장애인당 설 명절 귀정실 인사” 집회에 모인 30여명의 장애인들은 8일 서울역 KTX 대합실에 모여 “장애인도 새해 복 받게 해 달라”며 장애인 시민권 보장을 외쳤다. ⓒ박상혁 기자
노동당·녹색정의당·새진보연합·진보당이 공동주최하고 탈시설장애인당이 주관하는 “탈시설장애인당 설 명절 귀정실 인사” 집회에 모인 30여명의 장애인들은 8일 서울역 KTX 대합실에 모여 “장애인도 새해 복 받게 해 달라”며 장애인 시민권 보장을 외쳤다. ⓒ박상혁 기자

“시민 여러분! 장애인들은 고속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설과 추석이 되면 혼자 남게 돼 외롭습니다. 제도가 잘 갖춰져서 우리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

민족 대명절인 설에도 가족들을 만나러 귀성길에 오를 수 없는 장애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가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8일 서울역 KTX 대합실에서 노동당·녹색정의당·새진보연합·진보당이 공동주최하고 탈시설장애인당이 주관하는 ‘탈시설장애인당 설 명절 귀정실 인사’ 집회가 열렸다. 30여명의 장애인들은 “장애인도 새해 복 받게 해 달라”며 장애인 시민권 보장을 외쳤다.

탈시설장애인당은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장애인 정책을 요구하기 위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임시정당이다. 각 정당에 장애인에 대한 이동권·참정권·거주권·노동권 등의 공약을 제시하고 이행함으로서 장애인이 온전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3년 11월 29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시장애인복지관에서 한 장애인이 휠체어 리프트를 타는 모습을 재판부 앞에서 시연하고 있다. 광주지법 민사14부(나경 부장판사)는 고속버스에 장애인 탑승 설비 설치를 요구한 차별 구제 소송을 심리하기 위해 이날 현장 검증에 나섰다.  ⓒ연합뉴스
2023년 11월 29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시장애인복지관에서 한 장애인이 휠체어 리프트를 타는 모습을 재판부 앞에서 시연하고 있다. 광주지법 민사14부(나경 부장판사)는 고속버스에 장애인 탑승 설비 설치를 요구한 차별 구제 소송을 심리하기 위해 이날 현장 검증에 나섰다. ⓒ연합뉴스

장애인들이 고속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명절날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다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고속·시외버스의 교통약자용 좌석 기준적합 설치율은 0%로, 휠체어장애인은 버스를 타고 시외를 나가기 매우 어렵다. KTX는 휠체어석이 있지만 짐칸으로 이용되거나 입석승객이 이용, 일부 장애인들이 입석거부를 당하는 등 사회 인식의 문제로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잦다.

휠체어를 타는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여러분들은 명절에 자유롭게 오고 가시지만 저와 같은 휠체어장애인들은 마음 놓고 고향을 다닐 수 없다. 우리도 어머니, 아버지, 삼촌, 조카들 다 보고 싶다. 왜 우리들은 시설과 집에 갇혀 가족들을 만나지 못해야 하나”라고 탄식했다.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도 “저와 같은 발달장애인들은 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을 타기 어렵다. 표지판이나 표를 끊는 방법, 대중교통에 탑승하는 방법 등에 대한 안내가 발달장애인에게 맞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방법을 모르니 설이나 추석 날이 되면 혼자 집에 있어 너무 외롭다. 제도가 잘 갖춰져 우리도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023년 8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관계자 등이 공직선거에 대한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보장과 관련한 차별구제 청구소송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8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관계자 등이 공직선거에 대한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보장과 관련한 차별구제 청구소송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를 맞아 장애인 참정권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그동안 국회 기자회견 시 수어 통역이 이루어지고 일부 선거 공보물은 발달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를 적용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정책 설명에 쓰이는 용어 대부분은 여전히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렵고, 장애인 대상 정책이 나오더라도 쉬운 언어로 설명하지 않아 당사자가 해당 정책을 모르고 혜택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선거 공보물의 형식을 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투표용지에 후보 사진, 정당 로고, 정당 색 등 후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는 등 장애친화적인 선거환경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당원들은 최근 서울시가 예산을 삭감해 400여명의 중증장애인이 일자리를 잃게 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을 복원하고, 장애인들이 장애인거주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 거주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하는 등의 정책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탈시설장애인당 관계자들과 악수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탈시설장애인당 관계자들과 악수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탈시설장애인당은 이 같은 정책들이 구현될 수 있도록 선거운동 기간에 실제 정당들을 만나 주요 공약에 장애인 정책을 포함해달라고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같은 날 오전 귀성 인사를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만나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서울역에 찾아온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접촉해 정책 제안서를 전하려 했으나 한 위원장은 이들을 만나지 않고 역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오준호 새진보연합은 정책본부장은 전날 탈시설장애인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의 대한민국에서는 모두가 이동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며 “‘장애인 택시 휠체어 접근 의무화’ 공약, 새진보연합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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