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냐델마르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각) 칠레 비냐델마르에서 산불로 생긴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고 있다.
(비냐델마르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각) 칠레 비냐델마르에서 산불로 생긴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고 있다.

칠레 중부를 며칠 동안 강타한 산불로 사망자자 131명으로 늘었다. 300명 이상이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6일(현지시각) AP 통신에 따르면 칠레 산불은 지난 2010년 지진 이후 가장 치명적인 재난으로 기록됐다.

2만여명이 집을 잃었다. 

폭염과 강풍으로 최악의 피해를 기록한 산불이 발생한지 닷새가 지났으나 자원봉사자들은 여전히 실종자를 찾고 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피해를 당한 9200가구의 수도요금을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칠레 대통령실 소셜미디어와 국가재난예방대응청(세나프레드·Senafred)에서 제공하는 재난정보에 따르면 중부 발파라이소주에서 지난 2일(현지시각) 오후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산불 신고가 접수됐다.

여기에 더해 불길은 강풍을 타고 민가 쪽으로 삽시간에 번졌다고 당국은 밝혔다. 특히 토요일이었던 3일에는 최대 풍속 시속 60㎞까지 기록될 정도로 바람이 셌다.

피해는 칠레 대표적 휴양지인 비냐델마르를 비롯해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에 집중됐다.

고온·강풍·난개발

(킬푸에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칠레 킬푸에 지역 한 마을에서 주민이 불에 타버린 승용차 옆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킬푸에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칠레 킬푸에 지역 한 마을에서 주민이 불에 타버린 승용차 옆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세나프레드 등 당국은 이번 화재가 고온과 강풍 등의 영향으로 삽시간에 주변으로 번졌다고 보고 있다.

내륙 지역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남반구 한여름 날씨에 올해 기승을 부리는 엘니뇨 현상으로 지역적으로 고온 건조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한때 시속 60㎞에 달했던 거센 바람도 불길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세나프레드는 전했다.

맹렬한 화마의 기세에 경보를 알리는 긴급 알람 수신용 안테나까지 일부 파손돼, 피해자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세나프레드 전신인 내무부 산하 국가비상사태관리국(ONEMI)에서 부국장을 지낸 빅토르 오레야나는 현지 일간지 엘메르쿠리오 인터뷰에서 "대피 경고를 보냈어도, 화재로 인해 먹통이 된 안테나 문제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경보를 받았더라도 이미 대피하기에 늦은 상황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산간 지역 난개발도 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수천채의 주택이 파괴된 비냐델마르 외곽 산비탈 마을의 경우 비좁은 도로 등 문제 때문에 소방대원 진입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는 저소득층 주거지가 몰려 있다.

우웨 로웨더 칠레 센트랄대 건축학부장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산악 지형 경사면에 각종 건물이 계속 올라갔다"며 '화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극단적 조건에 노출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폭우 사망 4명...12만5000가구 정전

(로스엔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로스엔젤레스(LA)에 내린 폭우로 불어난 강물
(로스엔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로스엔젤레스(LA)에 내린 폭우로 불어난 강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난 사흘 동안 내린 폭우로 지금까지 4명이 사망했다.

구약 성경 노아의 방주때를 연상케하는 폭우는 기록적인 강수량과 산사태를 불러왔다.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우드 지역에 24시간 동안 거의 12인치(약 300mm)의 비를 쏟아졌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환경 및 지속 가능성 연구소에 따르면 이는 1000년중 한 번 발생할수 있는 확률이다.

LA에서만 약 307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LA에서만 최소 3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LA카운티에서 주민 16명과 고양이 5마리가 구조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6일(현지시각) 현재 12만5,000명 이상의 가구가 정전 상태로 남아 있다.

대기천

대기천(Atmospheric river)현상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대기천(Atmospheric river)현상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허리케인급의 강풍과 호우는 지난 4일부터 캘리포니아 북부에서부터 몰아쳐 남하했다. 태평양에서 시작된 이번 폭풍 및 호우 사태는 대기 중에 수증기가 강처럼 이동하는 현상인 ‘대기천(Atmospheric river)현상’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덮치면서 일어났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대기천은 "대부분의 수증기를 열대 지방 외부로 운반하는 하늘의 강과 같이 대기의 길고 좁은 현상이다.

대기천은 크기와 강도가 크게 다를 수 있지만 평균 대기천에는 미시시피 강 어귀의 평균 물 흐름과 거의 동일한 양의 수증기가 운반된다.

지난해 12개 이상의 대기천이 캘리포니아를 강타해 가뭄을 대부분 해소했지만 홍수와 산사태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특히 이번 대기천은 하와이 인근 해양에서 아열대 바다의 습기를 빨아올려 이동시키는 이른바 ‘파인애플 특급’에 의해 발생했다. 이번 파인애플 특급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시속 164㎞의 강풍을 동반한 호우를 남쪽의 로스앤젤레스까지 뿌리게 했다. 

국립기상국의 기상학자 아리엘 코언은 “1870년 이후 이번 폭풍의 강도와 규모는 3위 안에 든다”고 밝혔다.

온난화

(킬푸에 AP=연합뉴스) 헬기가 칠레 발파라이소주에서 발생한 산불 진압에 나서고 있다.
(킬푸에 AP=연합뉴스) 헬기가 칠레 발파라이소주에서 발생한 산불 진압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지역인 캘리포니아와 칠레에서 일고 있는 재난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했다. 

아메리카 북반구와 남반구의 홍수와 화재는 모두 주로 화석 연료의 연소로 발생하는 지구 온난화와 이에따른 적도 부근의 태평양 과열로 특징지어지는 순환적인 기상 현상인 엘니뇨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니뇨(El Nino)는 적도 지역 동태평양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며, 서태평양 지역에는 가뭄이, 동태평양 지역에는 홍수 등의 기상 이변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간 인류가 온실가스를 배출한 탓에 지구 바깥으로 방출되지 못한 열을 흡수해 온 바다의 온도는 2022년 하반기부터 발달한 엘니뇨 영향으로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온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엘니뇨까지 겹치며 수온이 크게 높아졌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바다 온도는 예년보다 섭씨 0.27도가량 높았다. 사상 최고치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기후 과학자 존 아베초글루는 기후변화와 엘리뇨는 개별적인 극단적인 사건들을 엮는 오케스트라의 주요 악기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해가 갈수록 기후변화의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구 온난화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남미 전역에서도 불이 메마른 대지를 가로질러 질주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길에 익숙하지 않고 불길을 물리칠 힘이 없는 지역사회들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한때 이상현상으로 여겨졌던 초대형산불(Megafire)은 가뭄이 지속되고 더위가 심해지면서 더 자주 발생하고 치명적이 되고 있다. 변화된 기후때문에 이를 막으려는 노력도 무력화되고 있다.

칠레 사람들은 수년 동안 쓰나미의 위협에 적응해 왔고, 대피 계획을 수립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으며, 병원과 다른 중요한 건물들을 해안에서 멀리 이동시켰다. 엄격한 건축 법규는 대규모 지진의 위협을 반영한 것이다.

이 지역에서 산불이 큰 위협은 아니었지만 기후 변화의 시대에 어렵고 치명적인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칠레 사람들은 2017년에 한 마을이 화재로 파괴되고 11명이 사망했을 때 "매우 특별하고 독특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라고 콘셉시온 대학의 프란시스코 데 라 바레라 연구원은 말했다. 

지난해에는 대형 산불로 100만 에이커(4000km² )이상을 태우고 20명이 사망했다.

준비하지 못한 재난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시티의 한 마을에 토사가 쏟아져 내린 모습 ⓒ[AP 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시티의 한 마을에 토사가 쏟아져 내린 모습 ⓒ[AP 연합뉴스]

NYT는 기후 변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비가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기후 과학자 다니엘 스웨인은 "우리는 정말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온난화 기후에서 홍수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브렛 센더스 박사는 "과거의 사고방식은 우리가 홍수를 통제하고 홍수가 발생한 곳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역사회와 기업, 주민들은 홍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샌더스 박사는 "지금 우리는 미국 주변의 기반시설이 오늘날의 극단적인 날씨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칠레는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인 가뭄으로 숲이 말라가고 물 공급이 고갈되면서 극심한 화재 기상 조건을 겪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엘니뇨 시대의 전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는 극심한 폭염이 나타났다. 엘니뇨 기간 동안 태평양 일부 지역의 평소보다 따뜻한 해수 온도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조건에 영향을 미쳐 일부 지역의 강수량을 증가시키고 다른 지역의 가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칠레와 캘리포니아의 재난들은 육지와 바다에서 가장 더웠던 해에 나타난 것이다.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그것들은 기록적으로 가장 더운 5년 중 하나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칠레는 더운 여름철에 화재가 낯설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약 170만 헥타르가 불에 탔으며, 이는 이전 10년 동안 불에 탄 면적의 3배이다.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엘니뇨와 기후변화에 따른 인한 가뭄 및 폭염의 동시 발생은 지역 화재 위험을 높이고 최근 중앙 칠레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화재 활동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칠레 정부는 올해 소방예산을 대폭 늘렸으나 10년 만에 발생한 국내 최악의 화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당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사라페론은 이를 앞으로 다가올 일의 신호로 봤다. 그는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가 준비하지 못한 기후 재난에 직면해 있으며, 완전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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