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전자 상거래법 주요 개정 내용  ⓒ공정거래위원회
전자 상거래법 주요 개정 내용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를 속여 피해를 인지하기 어렵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의 ‘다크패턴(온라인 눈속임 상술)’이 내년 2월부터 법으로 금지된다. 전문가들은 규율을 위한 법안이 통과됐지만 유예 기간이 길고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크패턴 규율을 위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월 중 법안을 공포하고 시행 전까지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령에 다크패턴을 규정하고 다크패턴 6가지 유형을 명시한 것에 대한 환영할 일이지만 1년간의 유예 기간은 길다는 우려도 있다. 

규제 내용, 사업자 등 자율규약 마련 포함

개정된 전자상거래법 주요 골자는 그동안 소비자 피해가 다수 발생했으나, 현행법으로 규율이 어려워 입법 공백이 발생했던 6개 유형의 온라인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 내용, 사업자 등의 자율규약을 마련하는 것 등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포함된 온라인 다크패턴 규율은 △정기 결제 대금 증액 또는 무료 서비스 유료 전환 시 소비자 사전 동의 의무화 △총비용이 아닌 일부 금액 표시·광고 행위 금지 △특정 상품 구매과정에서 다른 상품 구매 여부를 질문하면서 옵션을 미리 선택하는 행위 금지 △선택 항목의 크기·모양·색깔 등에 현저한 차이를 둬 사업자에게 유리한 특정 항목 유인 금지 △팝업창 등으로 소비자 선택을 반복적으로 변경 요구하는 행위 금지 등이다.

법안 개정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사용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였다. 현행법은 명백하게 거짓‧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거래하는 행위만 금지하고 있어, 교묘하게 소비자의 착각‧실수를 발생시키는 다크패턴에 대한 새로운 규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다크 패턴(dark pattern)’은 온라인 이용자를 속이기 위해 설계된 인터페이스를 뜻하는 단어로, 사업자가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은 구매 결정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상술을 일컫는다. 2011년 영국의 디자이너인 해리 브링널(Harry Brignull)이 처음 정리한 개념이다.

소비자를 속여 피해를 인지하기 어렵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의 ‘다크패턴(온라인 눈속임 상술)’이 내년 2월부터 법으로 금지된다.  ⓒPixabay
소비자를 속여 피해를 인지하기 어렵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의 ‘다크패턴(온라인 눈속임 상술)’이 내년 2월부터 법으로 금지된다.  ⓒPixabay

“6개 유형 규정 의미, 1년 유예기간 길어”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6일 “온라인상에서 다크패턴 유형이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다크패턴 6가지 유형을 처음 도입한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안이 공포되고 6개월 후에 시행되는 것도 있고 1년 후에 시행되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라며 “온라인 쇼핑을 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1년의 유예 기간은 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급자를 생각할 때 당장 시행하긴 어려워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두고 시행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법률 위반 사항을 공정위에서 확인해야 하는 데 위반 사항 확인을 누가할 것인지 정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는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로 끝나선 안 된다고 했다.

앞서 공정위는 “개정안 시행일이 1년 후”라며 “법안 공포일은 올 2월에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지침으로 한 번 더 구체화해서 소비자 교육도 진행하고, 사업자를 위해 법 시행 전까지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알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단체 “개정안 점차 보완해야”

다크패턴은 그동안 정상적인 마케팅 행위와 구분이 어려워 소비자도 그 피해를 인지하기 어렵거나, 사업자도 시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는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하게 되거나, 상품구매와 전혀 관계없는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원치 않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되는 피해를 입어왔다.

공정위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 탈퇴 시 그 과정을 헷갈리게 만든 것을 사례로 들었다. 편취형의 ‘순차고객 가격책정’도 대표적이다.

김민정 KDI 박사의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정보 제공과 소비자 보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비앤비(Airbnb) 게스트가 숙박 서비스에 대해서 지불하는 총가격에는 기본요금인 숙박료 외에도 의무적 추가 요금인 청소비, 추가 게스트 요금(해당하는 경우), 서비스 수수료, 세금(해당하는 경우)이 더해진다. 과거 에어비앤비 웹 사이트에서는 검색 페이지나 개별 숙소 페이지에서 구체적인 숙박 기간을 입력하지 않았을 때 기본요금만이 먼저 공개되는 순차 공개 가격 책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많은 유형의 다크패턴을 모두 제재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기업에도 다크패턴이 관리 대상이라는 것을 알려준 만큼, 기업 스스로도 다크패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세하게 규정하면 오히려 제도가 한계가 생기는 만큼, 개정안을 시작하면서 점차 보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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