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시 양육비는 공제 대상 제외
비양육부모 “쓰지 않은 돈에 세금 내는 건 억울“
“자발적 양육비 지급자에 소득공제 필요” 의견도
여가부·국회 해당 제도 검토했으나 진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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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나쁜 부모’가 양육비를 주는 부모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자발적인 양육비 지급을 독려할 수 있도록 비양육자에게도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Pixabay

강원 동해시에 사는 직장인 유모(38)씨는 2022년 12월 이혼 후 두 아이를 키우는 전처에게 매달 18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다. 그는 “적은 돈이 아니고,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내 자식이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1년간 한 번도 미루지 않고 양육비를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연말정산을 계산하다 크게 놀랐다. 총 80만원의 돈을 “토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양육비로 지급한 2160만원이 전부 소득으로 잡혀 높은 세율이 적용된 것이다. 

유씨는 “자식을 위해 들인 돈은 전혀 아깝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전혀 쓰지 않은 돈을 전부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들은 강력히 처벌하되, 열심히 양육비를 주는 부모들에게는 소득공제 등 인센티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씨와 같이 양육비를 성실히 지급한 비양육자들은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양육비를 지급받는 부모가 교육비 등 육아에 비용을 지출하면 소득(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데, 비양육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적용하면 중복공제가 되므로 중복공제금지원칙에 위배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나쁜 부모’가 양육비를 주는 부모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자발적인 양육비 지급을 독려할 수 있도록 비양육자에게도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양육비 지급을 청구하거나 미지급자를 처벌하려면 수많은 기관이 개입해 높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며 “양육비 지급자에 인센티브를 줘서 자발적 지급률을 높일 수 있다면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도 이 같은 의견을 접수하고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6년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 과제 공모전에서 ‘이혼 비양육부모 양육비에 대한 소득공제’ 제안을 최우수상으로 선정하고 정책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정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여가부는 “지금도 국민신문고 등으로 해당 정책을 요구하는 민원이 들어오고, 관련 연구기관 검토 결과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돼 담당 부서에 개선 권고를 내리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21년 비양육부모인 근로소득자가 자발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 연 1000만원 내에서 해당 금액의 50%를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명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당시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혼한 양부모 모두에게 자녀 관련 공제 혜택을 주면 이혼하지 않아 한 명만 공제 혜택을 받는 저소득 양부모 가구와의 형평성에서 어긋나고, 개인간 채무인 양육비 지급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 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비양육부모 소득공제와 더불어 양육비를 받는 저소득 부모에 대한 지원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 대표는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한부모가정의 경우 양육비를 받으면 소득이 높게 잡혀 수급자 자격을 박탈당하곤 한다”며 “저소득 한부모가 받는 양육비는 소득으로 보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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