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대표, 양육비 안준 부모 신상 공개해 유죄 판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약자 입 닫으라는 나쁜 법...
미투·학교폭력·양육비 피해자 억울해도 침묵해야 하나“

'배드파더스(Bad Fathers)'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씨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된 4일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구 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드파더스(Bad Fathers)'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씨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된 4일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구 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다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받은 구본창(61)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옛 배드파더스)’ 대표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소송을 낸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미투·학교폭력·양육비 피해자들의 호소를 처벌하는 악법이라는 이유다.

구 대표는 25일 여성신문에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를 사적제재로 판결한 근거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 70조 1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미투(Metoo)나 학교폭력, 양육비 미지급 등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의 경우 피해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문제 해결이 시작된 경우가 많다”며 “이를 사적제재라는 이유로 처벌을 내린다면 국가가 사회적 약자에게 ‘아무리 피해가 심하고 억울하더라도 입을 꾹 닫고 살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소원 대리를 맡은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많지 않고, 있더라도 폐지하는 추세”라며 “국제연합(UN)도 한국이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인의 가해사실을 고발한 피해자들은 자신이 당한 피해가 명백한 사실이더라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까 우려해 고발을 취소하거나 합의한 사례가 많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피해자의 고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 측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계획이다.

수원지방법원 앞 양육비 제도 개선 촉구.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수원지방법원 앞 양육비 제도 개선 촉구.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 70조 1항’ 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통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불린다.

단, 판례상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적이 인정되면 처벌하지 않는다.

지난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구 대표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내린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과 이름, 주소 등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이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했지만,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가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신상공개 정도가 지나쳐 사적제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률은 포함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명예훼손)’에 대해 재판관 합헌 7, 위헌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21년 보다 포괄적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에 대한 헌법소원 에도 재판관 합헌 5, 위헌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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