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9차 인재 영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9호 인재영입인사로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영입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9차 인재 영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9호 인재영입인사로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영입했다. ⓒ연합뉴스

최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다수 언론으로부터 이례적으로 동시에 칭찬을 받았다. 시급한 국가 과제인 ‘저출생(저출산) 관련 총선 공약’을 내놓았다는 점에서다. 

양당이 서로 비난에 몰두하거나 말로만 청년정치를 외치는 모습을 벗어나, 근본 문제를 짚은 정책으로 경쟁하려는 시도. 공약 실현 방안 및 재원 마련 등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정당 지도자들이 국가 의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긍정 평가된다.  

정치 신인에 가까운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별개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놓고 봐도 대다수가 공감할 큰 의제를 다룬 것은 의미가 있다. 그에게 ‘대선 후보 출신답게 미래의 대통령감이라는 모습을 여러 측면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던 시점에서 시급한 정책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다뤄서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청년정책 전문가들과 2030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 주제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표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바로 ‘안전’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학술포럼’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청년유권자 관심사를 실증 분석한 다양한 결과가 공개되었다. 청년 세대가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게시판의 핵심 주제 단어 4개를 꼽은 결과 회사, 집, 돈, 결혼으로 요약된다. 청년의 핵심 고민은 일자리, 주거,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경제적 안전성, 결혼(육아 포함)에 대한 불안 등임을 시사한다. 

특히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보다 깊이 살펴보면 ‘범죄로부터의 안전’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남역 살인 사건, 1인 가구 문제 등으로 인해 화장실 몰래카메라 근절 대책,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오피스텔(주택)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동의 여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필자가 ‘청년 정치인’들과 대면 접촉 혹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부분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많았다. 2030세대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을 줄여줄 대책을 정치권이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전 의제는 민주당 일부 정치인이 젠더갈등, 성별 역차별 논란 등을 핑계로 청년 여성들이 원하는 정책을 자꾸 미뤄야하는 것 아니냐는 기우(?)도 덜어준다. 민주당의 A지역 청년위원장은 “2030 여성들의 안전 문제는 (성별이나 연령과 상관없이) 대다수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범죄 예방, 가해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일상으로의 복귀 지원 등 모두 중요하지만 일단 다수가 동의하는 정책부터라도 차근차근 풀어가자는 뜻이다.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가 이런 의제를 예민한 주제라는 이유로 계속 미루다가, 결국 아무 것도 다루지 않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부 여성 정치인들이 이런 유권자 바람과 어긋나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여성인 민주당 B 청년당원은 “지역위원회에서 마련한 여성 청소년 정책을 정작 당 출신 C 비례대표 여성시의원이 의회에서 반대하는 기가 막힌 일도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총선에서도 여성 공천은 필요하고 발탁도 중요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이재명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과연 그 인물이 그동안 여성권익을 위해 일했는지, 관련 정책을 다룰 능력과 철학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예술계의 한 20대 여성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바람을 ‘쎈언니 이효리 신드롬’에 비유했다. 부당한 일을 당하면 당장 달려와서 내 편에 서줄 쎈언니가 필요하다는 것은 여성이 겪는 고통과 불안에 대한 적극적 공감과 지원을 뜻한다. 나아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쎈언니가 막아줄 것이란 기대는 정책을 통한 대안 마련에 대한 바람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을 지지했었지만 실망했고, 최근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 관찰(?)하고 있다는 30대 여성은 이렇게 강조했다. “2030세대 여성, 우리가 살고 싶은 대한민국을 굳이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안전한 나라이다.”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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