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이사
기자로 일하다 선배 도우려 제주행
그대로 16년 넘게 제주올레 품어
올해 대림호텔 리모델링 작업 착수
숙소·커뮤니티 라운지 마련 계획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이사 ⓒ제주올레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이사 ⓒ제주올레

“제주올레의 미션 ‘우리는 걷는다, 위 워크(We walk)’가 지속가능하도록 올해에는 ‘찾아가는 올레’를 실천하려고 합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안은주 대표이사를 최근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만났다. 안 대표이사는 시사저널, 시사IN 경제 과학 기자로 재직했다. 제주올레 발족 초기인 2008년부터 제주올레에 합류해 기획실장, 사무국장, 상임이사를 역임하며 서명숙 이사장과 함께 제주올레의 기틀을 마련해왔다. 

지난 202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제주올레를 이끌고 있는 안 대표이사는 기자 선배였던 서 이사장이 2007년 제주에 올레길을 만들겠다고 내려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돕기 위해 4개월 휴직하고 내려왔다가 아예 눌러앉게 됐다. 올레길을 걷는 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길 이 좋고 사람이 좋아 제주올레를 지키면서 천만 명이 걷는 제주올레로 키워냈다.

일본과 몽골에도 제주올레 수출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정취를 만끽하는 올레꾼들.  ⓒ제주올레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정취를 만끽하는 올레꾼들. ⓒ제주올레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정취를 만끽하는 올레꾼들. 사진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정취를 만끽하는 올레꾼들. 

특히 2023년은 제주올레길이 세계 각국 트레일과 교류의 폭이 더 넓어진 점에서 의미가 있던 한 해였다. 11월 코로나19 이후로는 4년 만에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됐고 이보다 두 달 전인 지난해 9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우정의 길’ 협약 1주년을 맞아, 제주올레길 1코스에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인 조가비 비석이 세워졌다. 

그동안 제주올레는 일본과 몽골에 제주올레 길을 내기도 했다. 몽골은 공적개발원조(ODA) 시스템으로 길을 선물로 내어주는 것이고 일본 큐슈올레는 돈을 받고 모델을 수출하는 형식으로 나라별로 시스템이 다른 것도 올레만의 방식이다. 여행, 콘텐츠, 기념품 등 제주올레 관련 법인도 5개로 분리되어 모두 합치면 직원이 45명이고, 연매출은 60억원에 이른다.

안 대표이사는 “‘놀멍(놀면서), 쉬멍(쉬면서), 걸으멍(걸으며)’ 제주올레 길에서 치유와 위로를 받았던 올레꾼들의 발걸음이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민과 여행자가 조화로운 세상을 향해 함께 즐기며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걷는 이를 위한 또다른 거점공간 

안은주 (사)제주올레 대표 ⓒ박상혁 기자
안은주 (사)제주올레 대표 ⓒ박상혁 기자

특히 올해 제주올레의 핵심 계획은 어렵게 매입한 대림호텔을 리모델링해서 오픈하는 것. 걷는 이라면 누구나 머무르고 싶은 숙소와 커뮤니티 라운지가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게 안 대표의 목표다. 이를 위해 2022년부터 ‘담돌간세 시즌 2’ 후원캠페인을 시작했다. 담돌 간세는 ‘담을 쌓는 돌’을 뜻하는 ‘담돌’과 제주올레의 상징인 조랑말 ‘간세’를 합성한 말로, 제주올레 여행자 센터 기금 마련에 함께 하는 후원 회원을 뜻한다. 지난 2016년 제주올레 여행자센터가 지역의 병원을 리모델링해 걷는 이들을 치유하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왔다면, 제주올레의 미션을 실현하는 또다른 거점공간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그는 “대림호텔, 제주올레여행자센터, 제주별책부록이 다 연결되어 ‘위 워크’라는 제주올레 미션을 실현해 가는 거점이 될 것”이라며 “리모델링은 우선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부터 시작하고 올 여름에는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달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이사는 “천명이 넘는 분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제주올레여행자 센터가 만들어진 것처럼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실 거라 믿는다”며 “공간에 제주올레가 품고 있는 크고 작은 메시지들을 공간 안에 녹이고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 대표이사는 “올해는 ‘찾아가는 올레’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며 “지난 16년 동안은 길을 걸으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집에서 제주올레 길까지 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개발해 예비 올레꾼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올레 서울 성수로도 찾아간다

이를 위해 서울 성수동 서울숲에 ‘제주올레 서울센터’를 연다.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 공간을 운영하는 뜻있는 기업이 공간을 내어주기로 했다. 서울센터를 거점으로 수도권의 예비 올레꾼을 만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제주섬 안에서는 ‘청소년 걷기 학교’처럼 지역민 집과 제주올레길을 잇는 프로그램을 열고 운영한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이 1200년이나 이어져 온 것처럼 제주올레 길도 다음 세대로 전승되며 지속 가능하려면 청소년들을 걷게 하고 찾게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교육청과 논의하고 있다. K컬처, K푸드처럼 해외로 수출되는 자랑스러운 제주올레를 학생들이 직접 걸어볼 수 있도록 교과 과정에 연계된다. 

안 대표이사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전 세계인이 걸으러 가는 것처럼 올레길도 세계 곳곳의 아이들이 걸으러 오는 그런 길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이사는 “걸어본 우리는 걷기의 힘과 가치를 잘 알고 있다”며 “좋은 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여성신문사와도 협력하고 올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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