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정책, 국가균형발전정책 실패와 닮아
저출생극복 시범도시 만들겠다
새마을운동처럼 저출생 문제도 국민운동으로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경상북도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경상북도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18일 2024년도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2024년 정책추진에 초저출산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그동안 중앙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은 수도권 중심, 백화점식 정책들로 저출생의 근본원인인 지나친 경쟁사회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지방정부 중심으로 저출생 대책을 마련하는 정책구조로 전환하는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15년 동안 저출생 극복을 위해 38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0.7명까지 감소했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2100년에는 인구가 2,106만명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유엔(UN)은 2019년 세계인구전망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이날 이 지사는 “저출생 대책이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실패사례와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양상을 띤다. 실행력 없는 위원회 조직, 중앙부처 중심의 정책설계, 지방정부의 권한과 예산 부재가 저출생 대책의 실패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지방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이 수립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추가재원 마련 △예산의 포괄적 이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8일 업무보고에서 저출생관련 정책을 도출하고 있다. ⓒ경상북도
18일 업무보고에서 저출생관련 정책을 도출하고 있다. ⓒ경상북도

제18대부터 20대까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가균형발전에 연간 5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지만 수도권 집중은 심화되었고 지방은 소멸위기에 처해있다. 실행력 없는 균형발전위원회와 중앙부처 중심의 정책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는 한 해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관련 예산을 살펴보면, 저출생 문제 해결과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없고 효과성도 낮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1차 저출산 기본계획’에는 ‘가족여가진흥’에 템플스테이 운영, 종교문화 행사지원예산이 저출생 예산으로 잡혀있으며 ‘제3차 저출산기본계획’에도 고성장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과 대학에 대한 인문역량 강화사업 등을 들 수 있다.

경상북도는 저출생 대책과 관련한 해법을 지방에서 찾아야 한다며 경북도청 전 실국과 출자출연기관 전체가 자기업무영역에 관계없이 전문가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일·보금자리 대책 △결혼·출산지원 대책 △완전돌봄 △일·가정 양립, 외국인정책 등 266개의 정책아이디어가 도출되었고 제안자들이 직접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266개 중 대표적인 과제를 보면 △싸고 좋은 주거안정정책 △외국인도 출산․보육 동등하게 지원 △결혼에 대한 메가톤급 지원정책 △아이돌봄 시범타운 조성 △사교육비 등 목돈이 드는 시기에 대비, 부모와 지방정부가 함께 적금처럼 적립하는 공제제도 도입 등이다.

경상북도 실국 및 출자출연기관에서 참여한 가운데 저출생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경상북도
경상북도 실국 및 출자출연기관에서 참여한 가운데 저출생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경상북도

경상북도는 ‘저출생극복 비상대책 특별전담부서(TF)’를 구성해 제안된 아이디어를 ‘저출생극복 정책메뉴판’형태로 만들어 실제 예산에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는 “보금자리정책과 완전돌봄정책을 한곳에 집중 투자하여 국가적으로 모범이 될 수 있는 ‘저출생 극복 시범도시’를 만들자”며 “관련 정책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새마을운동처럼 저출생 문제도 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경북연구원과 함께 별도의 팀을 구성, 경상북도에서부터 저출생극복을 위한 운동본부를 구성해 국가전체로 확산시키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상북도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다양함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보수적인 경상북도에 성평등한 문화를 토대로 미혼모, 미혼부, 한부모, 사실혼, 동거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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