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아이돌 연습생 보호조례’ 제정
중도 포기자 진로 상담도 지원
시민사회아동단체들 “환영…
예산 확보·국회 법률 개정해 실효성 높여야”

2023년 12월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기념 K·Link 페스티벌 현장.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연합뉴스
2023년 12월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기념 K·Link 페스티벌 현장.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연합뉴스

K-팝이 세계적 인기를 끌지만 청소년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학습권을 비롯한 인권 침해는 일상이다. 우울증, 공황장애 등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도 많다. 이들을 서울시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서울특별시 청소년 문화예술인의 권익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달 29일 전국 최초로 서울시의회 정례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청소년 아이돌 연습생 심리검사·상담이 실시된다. 성희롱·성폭력이나 체중감량·성형 강요 등에 따른 청소년 연습생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훼손을 방지하고, 유사 위험사례 발견 시 조기 대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데뷔에 실패하거나, 계약이 만료·해지된 아이돌 연습생 중도 포기자의 진로 상담도 지원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밀집된 서울시에서 제정된 조례라는 점에서 더 뜻깊다. 국내 연예기획사 등록업체 4774개 중 82.3%(3930개)가 서울시에 등록해 영업 중이다(2023년 9월 기준). 

조례안을 발의한 김규남 서울시의원은 “K-팝 열풍으로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지만, 주역인 아이돌이 성장하기까지 도사리는 위험과 불안 요소는 모두 어린 연습생 개인의 몫으로 전가됐다”며 “청소년 아이돌 연습생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종국에 데뷔 유무를 떠나 안정적인 성장 시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세이브더칠드런, 문화연대 등 11개 단체가 결성한 ’아동·청소년 미디어 인권 네트워크‘도 18일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은 2000명에 육박하지만, 데뷔하는 경우는 1%에 못 미치고, 데뷔하더라도 가수로서 자리 잡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며 ”한국 사회는 이러한 구조 속에 본인들이 원해서 뛰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방치해왔다. 이제는 안전망이 없는 비정상적인 무한경쟁에 희생되는 수많은 청소년들의 삶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다만 이러한 사업이 기존 청소년 상담 체계에 관련 상담 비용과 운영비를 추가 할당하는 수준이어서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또 ”현재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용역시간 제한을 세분화하고, 촬영 현장에서 이들의 권익을 보호할 청소년인권보호관을 두도록 하는 내용의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도 국회 법사위에 8개월이 넘게 계류돼 있다. 국회의 법률 개정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휴식권, 수면권, 신체적·정신적 건강권,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정부기관과 연예 기획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인권 증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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