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최재천 교수, 부산대 김상용 교수·대전대 권김혁범 교수…

배우 권해효, 시인 고은,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상임이사 등 적극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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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남성 국회의원 152명이 호주제 폐지에 동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왼쪽 넷째부터 민주당 이상열 의원,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 민주노동당 노회찬, 조승수 의원.

지난 연말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소위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에 합의함에 따라 내달 열릴 임시국회에서 드디어 호주제가 폐지될 전망이다. 호주제 없는 세상의 도래가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 여기까지 오기에는 호주제 폐지를 위해 애써온 여성계와 여성단체들의 힘이 컸다. 그리고 다방면으로 여성들을 지지하고 응원해 준 소수 남성들의 힘이 컸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을 발표한 152명의 '호주제 연내 폐지를 바라는 남성 국회의원'들은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을 연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 남성의원들은 하나같이 “호주제를 박물관으로 보내버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기자회견이 효력을 발휘해서인지 다음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여야 의원은 호주제 폐지에 합의했다.

100명이 넘는 남성 국회의원들이 이 같은 자리에 서기까지는 호주제 폐지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힘이 컸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에서 2년 전 발족한 '호주제폐지272'는 각계 인사 272명이 국회의원 272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방식의 설득작업에 들어간 것.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국회의원들에게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을 알리고 압력을 넣어왔다. 시인 고은씨를 비롯해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상임이사, 서울대 최재천 교수, 배우 권해효씨,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공동대표의 남편인 환경운동연합의 서주원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최재천 교수는 오래 전부터 호주제는 생물학적 모순을 담고 있는 제도라며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 왔다.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호주제 위헌 심리에서 “생물학적으로 암컷이 수컷보다 진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호주제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논리로 폐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실생활에서 가부장적 삶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유명한 최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의 육아 참여에 적극적으로 앞장선 선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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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의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로 활약한 배우 권해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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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 한 탤런트 홍석천씨도 호주제 폐지에 동참해 국회 앞 1인 시위에 함께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를 맡아 활발히 활동해 온 배우 권해효씨도 빼놓을 수 없다. 11개월 된 딸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호주제의 부조리를 절감한 권씨는 “우리의 딸, 누이, 아내, 어머니가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호주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다. 국회 앞 1인 시위를 비롯, 대학 강단을 돌며 학생들을 설득해 왔고 남성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사회를 맡기도 하는 등 호주제 폐지를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 한 탤런트 홍석천씨도 권씨와 마찬가지로 '폐지' 목소리를 높여왔다.

호주제 폐지의 법적 정당성을 부여해 박차를 가해온 법조인과 학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대 법학과김상용 교수는 호주제가 우리의 전통이라 주장하는 유림들의 의견에 일침을 놓는 내용을 골자로 위헌소송을 진행했다. 그는 호주제가 우리의 전통이 아니라 실은 일본의 식민지배의 소산임을 강조해 유림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석태 변호사는 호주제 폐지에 대한 법적 접근으로 '위헌소송' 전략을 제시했으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권김혁범 교수는 '호주제폐지272'멤버로 강단과 매체 지면을 통해 호주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

젊은 층에서도 호주제 폐지를 위해 활발한 움직임이 일었다. 호주제 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에서 간사를 맡아 활동했던 유재언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온라인과 매체 지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호주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고 여성의전화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부모성 함께 쓰기에 동참해 호주제 폐지를 커밍아웃 한 젊은이도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금박병헌 간사, 한겨레신문의 신윤동욱 기자 등이 대표적이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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