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선고 듣다 실신…부친 통곡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연합뉴스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를 당한 고 이예람 중사에게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공군 직속상관과 군검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차 가해를 방치한 혐의를 받는 대대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15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제20전투비행단 중대장이었던 김모(31) 씨와 군 검사였던 박모(31) 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중대장은 2022년 3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전입하게 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는 20비행단과 관련한 사소한 사항이라도 언급하면 무분별하게 고소하는 사람'이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중사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전속 간 부대에서조차 근무자들이 냉랭하게 대하는 반응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며 "이 범행은 일반적 명예훼손 범죄와 죄질의 무게감이 다른데도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질책했다.

이 중사 사건 담당자였던 박 전 검사는 사건의 처리가 지연된 책임을 피하려 상부에 허위보고를 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 전 검사는 사건을 송치받은 후 한 달 반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고 개인적 편의를 위해 조사 일정을 연기하기까지 했다"며 "이 중사 사망 이후 사건처리 지연이 문제되자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피해자 측 요구로 조사일정을 변경했다'고 거짓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고 이예람 중사의 유가족과 변호인단이 1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고 이예람 중사 2차가해·부실수사' 공군 관계자 1심 선고 재판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이예람 중사의 유가족과 변호인단이 1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고 이예람 중사 2차가해·부실수사' 공군 관계자 1심 선고 재판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박 전 검사가 피해자 조사를 수차례 연기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당시 조사가 미뤄진 데 이 중사 측 사정도 있었던 점을 고려해 박 전 검사가 근무 태만을 넘어 직무를 의도적으로 방임·포기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박 전 검사는 이 중사의 사생활과 관련한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았으나 재판부는 공소를 제기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관련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중사에 대한 2차가해 차단 조치를 하지 않아 지휘관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모(46) 전 대대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할 의무는 인정되나 그 이행 방법은 자신이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반드시 당시 중대장 등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하도록 지시해야 할 구체적 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중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 소문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조치한 점을 보면 피고인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방청석에서 선고를 듣던 이 중사 모친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선고가 4분가량 중단됐다. 선고 직후에는 이 중사 부친이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대대장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통곡하기도 했다.

이 중사 유족 측은 선고 후 기자들에 "재판부가 직무유기의 범위를 아주 협소하게 인정한 판례에 근거해 판단해 아쉽다"며 "항소심에선 반드시 유죄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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