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건립을 시작하며

~a6-2.jpg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총장

“내가 죽기 전에 저 놈들헌테 사죄를 받고 배상을 받아야 할 긴데. 이대로 죽는 것이 그것이 분할 뿐이여. 이대로”

지난해 2월 28일 숨을 거둔 정서운 할머니는 마지막 가는 길에 이렇게 원한에 맺힌 말을 남겼다. 평소에 “내는 부끄러울 것이 하나도 없어. 내가 죄를 지은 게 아니니께” 하며 부끄러운 것은 일본정부라고 주장하던 할머니였다. 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에서 용감하게 증언하며 정의 회복을 주장하던 모습을 그 회의에 참석했던 많은 여성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정 할머니는 이미 우리 곁에 계시지 않다. 다른 생존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70대 후반부터 90대 초반의 할머니들은 날이 갈수록 병약해지고 있고, 매해 사망률도 높아가고 있다.

일본의 '위험한 행동'은 진행형

우리에게 단지 피해자라기보다는 처절한 삶을 살아 이겨내신 생존자로서의 삶을 살아오신 할머니들, 그 분들은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 일본군 성노예로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그 참담한 기억들을 만천하에 폭로했다.

지난 14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운동은 놀랄 만한 성과들을 이뤄냈다. 국제기구들은 일본군성노예 제도를 반인도적인 범죄로,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일본정부에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권고했다. 공식조사 보고서도 여러 차례 제출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일본정부로부터 공식사죄도, 법적 배상도, 올바른 역사교육 및 재발방지 약속도 받아내지 못한 채 2005년, 광복 60주년을 맞게 되었다. 오히려 일본에서의 역사 왜곡과 망언, 군국주의 부활 등 위험스러운 일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이제 살아있는 역사인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더 이상 사망하기 전에 그들이 말하는 일본군성노예 제도의 범죄성과 그 범죄에 희생된 여성들의 역사를 기록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희생이 우리 후세대에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쟁과 그 속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를 알리며 그들과 연대하고 지원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이것이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온 우리 여성들에게 남아있는 과제요, 우리 국민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역사 바로 세우기' 힘찬 출발을

광복 6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 과제풀기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6일 일본군'위안부' 명예와 인권을 위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위원회가 공식 발족한 것이다.

이제 할머니의 이 소중한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매일 용돈을 조금씩 모아가는 어린 딸들서부터 학생, 회사원, 가족모임, 친교모임 혹은 종교단체 등 모두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위원회의 추진위원으로 참여하여 우리가 해내고자 하는 과제가 힘차게 해결되기를 바라본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