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재난 정쟁화” 표결 반대·퇴장...권은희만 찬성
대통령실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처리 유감”
유가족들 “진상규명 첫발 떼...독립적 조사기구 설립해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9일 국회를 통과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야외계단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제공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9일 국회를 통과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야외계단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제공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참사 발생 438일만이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의 첫발을 떼었다”며 “이제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으로 진상을 규명하자”고 촉구했다.

이번 특별법안은 국회 본회의 재석 177명 중 찬성 177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끝까지 특별법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했다. 권은희 의원만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안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더해 여야 협상 과정에서 내용이 대폭 조율된 수정안이다. 특별조사위원회의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구 권한은 삭제했고, 유가족들의 조사위원 추천권도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 추천하는 것으로 바꿨다. 정치 쟁점화를 피하기 위해 시행일은 22대 총선이 치러질 4월10일로 정했다.

특별법안은 애초 지난 2022년 6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그해 11월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법안이 대폭 수정된 이후에도 특조위의 조사 권한이 과도하고 구성이 편파적이고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등 마지막까지 반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를 내고 “특별법이 여야 합의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표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특별법 표결을 거부하고 공당으로서의 역할을 외면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은 경찰 특수본 수사 외에 더 이상의 진상조사가 필요 없다는 입장으로 지난 8개월 동안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전혀 협의에 나서지 않다가 국회의장 중재안이 나온 이후에서야 협상을 명목 삼아 여러 조항들을 삭제하거나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며 “여당이 요구한 법안 수정을 유가족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부에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주지 않고 진상조사기구 발족과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정안을 받아들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더 이상의 진상조사는 필요 없다고 해왔던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 설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의장의 조사위원 추천 과정만이 아니라 여야 모두는 유가족의 뜻을 반영해 조사위원을 추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별법은 정부와 특정 고위공직자를 흠집 내고 정쟁화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2022년 10월 29일 국가의 부재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결정과 과정으로 실제 나타났는지를 드러냄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즉시 법률을 공포해야 한다. 빠른 시일 안에 제대로 된 진상조사기구가 출범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는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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