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이성근 성신여자대학교 총장
영문학 전공 뒤 경영학‧통계학 박사
인문계열과 상경계열 모두 경험
성신여대 올해 모집단위 광역화
“다양한 전공 과목 수강하며
스스로 원하는 전공 찾을 수 있어”

이성근 성신여자대학교 총장 ⓒ성신여대
이성근 성신여자대학교 총장 ⓒ성신여대

“대학을 느슨한 경계가 있는 학문의 세계로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대학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창조자가 돼야 합니다.”

이성근 성신여자대학교 총장은 대학 혁신 전략으로 ‘협력과 협동 지성’을 꼽았다. 학문과 전공의 경계를 낮추고, 통·융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이 총장은 2022년 취임 후 성신여대 혁신을 이끌고 있다.

올해로 창학 88주년, 개교 59주년을 맞은 성신여대는 ‘성신(誠信), 지신(知新), 자동(自動)’의 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전인적 교양과 창의적 전문성을 갖춘 미래형 전문 인재 양성에 매진해왔다. 이 총장은 성신의 기본 교육 이념 아래 공학·과학 분야 지원을 대폭 확대해 전통 분야와 융합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학과·전공의 칸막이 허물어야

학문은 지금 지각변동 중이다. 여러 학문이 합쳐져 새로운 학문이 만들어지고. 하나의 학문이 쪼개져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이 총장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나아가 학과·전공의 칸막이를 허물어야 융합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올해 정시모집부터 도입한 ‘모집단위 광역화’가 본격적인 학문‧전공 융복합의 신호탄이다. 학문적 관련성이 높은 전공을 계열로 분류하는 것이다. 인문융합예술계열, 사회과학계열 선발을 시작으로 2025학년도에는 정보과학계열, 자연과학계열 등으로 확대 선발할 계획이다. 계열로 선발한 학생은 1학년 때 창의융합교양대학 소속으로 계열 내 공통전공과목을 수강한다. 계열 기초 전공소양을 쌓은 뒤 진로·적성에 따라 2학년 때 전공을 결정하게 된다.

“취임 후 제가 가진 첫 번째 질문은 학문의 경계가 있느냐는 것이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문과에서 이과로 간 제 이력과도 관련이 있어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석‧박사는 경영학을 했고, 통계학 박사도 했어요. 공부를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잖아요. 그 말대로 하면 되더라고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사회도 인간의 의지에 따라 많이 변합니다. 인터랙션(상호 작용)이 가능해요 사회 경계도 불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원격수업이라는 교육 방식의 대전환을 이뤘습니다. 이전에는 없던 교육 방식을 곧장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저항도 있었지만, 결국 기술을 통해 전통적인 대학교육의 지리적 경계를 허무는 결과로 이어졌어요.”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SWANS Center. ⓒ성신여대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SWANS Center. ⓒ성신여대

원하는 전공 찾는 선택권 보장

모집단위 광역화는 제도에 의해 막혀있던 개인 선택의 벽을 없애는 것이라는 게 이 총장의 설명이다. 다양한 전공에 대한 과목을 자유롭게 들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학 서열을 해체하려는 노력이 있지요. 대학 내에도 서열이 남아있습니다. 학과 별로 순위를 매기지요. 수능점수 1~2점에 맞춰 선망하지 않던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불편한 옷을 입는 일이라고 봅니다. 불필요한 공부를 계속 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대학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정해준 대로 대학에 들어와 교수가 진로를 정해주길 바라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대학은 정해주지 않으면 못하게 되는 반쪽짜리 인재를 만들어내면 안 된다.”

모집단위 광역화에 대한 반발도 존재한다. 특정 전공에 신입생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다. 취업 잘되는 학과에만 학생이 몰리면 비인기학과는 소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교원도 내가 가르치는 공부가 학생에게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면서도 “교원의 의식 전환과 함께 시스템 변화, 실행 방안, 보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진정성 있는 대화로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이 총장은 대학 내 기초과학연구소를 통해 ‘과학기술 리더’를 육성하는데 주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것은 실험정신입니다. 그만큼 용기와 적극성이 필요해요. 성신의 교육 이념인 지신(知新)과 자동(自動), 즉 새로운 지식을 넓고 깊게 구하고, 스스로 움직여 남의 힘을 빌지 않고도 살아 갈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데 온힘을 다하겠습니다.”

* 이성근 총장

1963년생, 강원 영월 출신이다. 춘천고,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거쳐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한국닐슨 연구원, SK텔레콤 마케팅연구팀장으로 일했다. 2004년부터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기획정보처장, 대외협력부총장, 대학일자리본부장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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